소식지 구르다 2025, 백로 편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아흔세 번째 장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암수로 얽혀 태어난 존재들의 슬픈 유산입니다.
멸망한 백제, 고구려 유민들에게
비겁한 신라를 용서하고 사랑하라며
미움은 내 삶을 불태우고
원망은 내 눈을 멀게 한다며
원수를 사랑하라던 원효 스님이 그리워지는,
탐욕으로 핏발 선 시대의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미움과 원망은 실체 없는 허상이라서
내려만 놓으면 끝이라 했지만
미움과 원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구월 어느 저녁 어스름 너머로
맑디맑은 이슬(白露) 내리시는 밤이 오고 있습니다.
이 밤 지나 내일 날엔,
그 맑은 이슬에
무거운 미움, 아픈 원망의 불길 꺼지고 씻겨가기를.
차 한 잔 믿음 위에
용서의 꽃이 피기를.
2025년 9월 7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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