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구르다, 대설 편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아흔아홉 번째 장
며칠 전 경북 영덕, 목은 이색 선생 태어나신 옛터에서
차 한 잔 올리며 선생 생애를 톺아보는 자리
일흔 되신 한 어머니께서 읽어내린 축문 안에
선생의 시 한 편이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가련하다, 이 몸이여
몸뚱이란 본디 道를 담는 그릇이건만
물욕의 심부름 하다 보니
짐승만도 못하게 되었네.
먼저 양심을 보라.
거기서 야만과 문명이 갈린다.
물욕에 덮이고 가려서 해를 못 보니
끝없이 어두운 밤 벗어나지 못하네.”
탐욕에 물들어 인간 모습을 한 야만이
큰소리치며 주인 행세하는 세상에
다시 大雪이 와서 전합니다.
겨울은 추운 것이 道라고.
2025년 12월 7일,
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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