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련하다, 이 몸이여"

소식지 구르다, 대설 편

by 구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아흔아홉 번째 장











며칠 전 경북 영덕, 목은 이색 선생 태어나신 옛터에서

차 한 잔 올리며 선생 생애를 톺아보는 자리

일흔 되신 한 어머니께서 읽어내린 축문 안에

선생의 시 한 편이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가련하다, 이 몸이여

몸뚱이란 본디 道를 담는 그릇이건만

물욕의 심부름 하다 보니

짐승만도 못하게 되었네.

먼저 양심을 보라.

거기서 야만과 문명이 갈린다.

물욕에 덮이고 가려서 해를 못 보니

끝없이 어두운 밤 벗어나지 못하네.”



탐욕에 물들어 인간 모습을 한 야만이

큰소리치며 주인 행세하는 세상에

다시 大雪이 와서 전합니다.


겨울은 추운 것이 道라고.








2025년 12월 7일,

정동주







당신을 보듬다, 소식지 구르다, rollingtea.net






스크린샷, 2025-12-06 오후 5.31.00.png Guy Rose, ZIMA (Winter), 1924

https://www.mutualart.com/Artwork/WINTER/8AC1474910C2489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키 数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