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구르다 2025, 춘분 편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여든두 번째 장
일흔 다 저물 즈음에야 처음으로
감자를 심어봤습니다.
씨눈 자리 안 다치게 쪼개고
쪼갠 자리 곪지 않게 약 발라서
깊지도 얕지도 않게 심고
흙 덮어 물 주고 다독였습니다.
잘 되면 씨눈 하나에서
감자 열 개 맺힌다는
옛사람들 오랜 경험담 들으면서
감자 한 알은 썩어
열 개를 낳아
사람을 먹여 살리는데,
나는 죽어 뭣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까.
춘분 날,
잘 사는 것이 무언지 다시 생각합니다.
2025년 3월 20일,
정 동 주
당신을 보듬다, 소식지 구르다, rollingtea.net
Vincent van Gogh, Mand met Krokusbollen, 1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