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자 심기

소식지 구르다 2025, 춘분 편

by 구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여든두 번째 장








일흔 다 저물 즈음에야 처음으로

감자를 심어봤습니다.

씨눈 자리 안 다치게 쪼개고

쪼갠 자리 곪지 않게 약 발라서

깊지도 얕지도 않게 심고

흙 덮어 물 주고 다독였습니다.

잘 되면 씨눈 하나에서

감자 열 개 맺힌다는

옛사람들 오랜 경험담 들으면서

감자 한 알은 썩어

열 개를 낳아

사람을 먹여 살리는데,

나는 죽어 뭣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까.


춘분 날,

잘 사는 것이 무언지 다시 생각합니다.







2025년 3월 20일,

정 동 주





당신을 보듬다, 소식지 구르다, rollingtea.net





vangoghmuseum-s0179V1962-800.jpg

Vincent van Gogh, Mand met Krokusbollen, 1887

https://www.vangoghmuseum.nl/en/collection/s0179V1962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