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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이라도

소식지 구르다 2025, 청명 편

by 구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여든세 번째 장








가팔라지는 세상살이 벼랑에는

지난해 그 새롭던 봄빛 간데없고

사람 구실 다 못하고 늙는 내 죄만 아프다.


귀신 쓰인 저 봄, 미친 사람은 어쩌지도 못하고

애꿎은 산, 산에 화풀이하듯 불을 질러

봄노래 못다 부른 산새들만 쫓아낸다.


그래도 다시 또 청명淸明이 와

세상은 물처럼 맑고 낮게 가지런해지기를

마음만이라도 고요 깊게 환해지기를.








2025년 4월 4일,

정 동 주





당신을 보듬다, 소식지 구르다, rollingtea.net





Willi Baumeister, 'Lyric on blue and green background', 1954


https://www.artnet.com/artists/willi-baume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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