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월드' 트리비아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읽고

by 롤린스

‘하루키 월드’를 좋아한다. 매우 일본스럽고 몽환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에 매료된지 오래다. <1Q84>로 ‘하루키 월드’에 들어선 이후 <기사단장 죽이기>까지, 신간이 출판될 때마다 서둘러 찾아 읽는 이유다. 하루키의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까지 관심 가질 때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눈에 들어왔다. 에세이인 만큼 소설 속 세계에 투영된 작가가 아닌 하루키 본연의 모습을 알고 싶어 고민 없이 중고서점 귀퉁이에서 다른 책들을 이고 있느라 낑낑대던 이 책을 뽑아들었다.


‘제곧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정말 하루키가 작가로서 그간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실은 글들이 주제별로 모여 있다. 하루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 세계에 관한 서평이나 유명 재즈 음악가에 대한 찬사, 심지어 지인 결혼식 축전까지 진정 잡문으로 그득하다. 그의 방대한 관심사와 이에 걸맞은 지식의 깊이는 “월드를 창조해낸 사람답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래선지 책 곳곳에 ‘평범한 글쓰기 마니아’로 자신을 묘사하는 하루키가 조금 재수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키를 너무 좋아해 그가 저술한 모든 글을 읽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솔직히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특정 소재에 관한 하루키의 생각을 간간이 엿볼 수 있었을 뿐 그의 세계관이나 사회인식 등을 알기는 어려웠다. 물론 축전부터 서평까지 곳곳에 흩뿌려진 하루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규합해 본다면 알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직 내 독서력과 독해력이 그 정도가 못돼 아쉬울 따름이다. 몇몇 맛깔스러운 문장을 건져낸 것만으로 만족하려 한다.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그 알의 편에 서겠다.” – p.91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인 불행한 제이 개츠비가 후미진 맞은편 물가에서 점멸하는 등대 불빛을 유일한 버팀목 삼아 오탁으로 가득한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듯이.” – p.314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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