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23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롤로 Oct 30. 2023

오래된 노래

김동률 콘서트 후기

"오래된 노래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면 가끔 이어지는 질문이 "김동률이요 아니면 스탠딩 에그요"일 때가 있다. 동명의 노래 제목에 다른 가수가 있고 그 두 곡이 다 유명한 경우는 흔치 않으니, 게다가 그 두 노래를 다 알고 있는 경우는 더욱더 흔치 않으니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인연(因緣)의 계(界)에서 꽤나 소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오래된 노래'를 좋아한다. 두 노래를 다 좋아하지만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를 좀 더 좋아한다. 가사 그대로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 선물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그 사람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도 마찬가지다. 같이 즐겨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흘러나올 때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그 감정이 얼마나 고달프고 애처로울까. 두 노래 모두 '그리움'이 멜로디가 되고 가사가 되어버렸으니 들어보지 않아도 얼마나 애절할지는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노래의 히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가 우위에 있던 시기가 있다. 조금은 경쾌한 멜로디와 애절한 가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고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해주는 노래다.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를 좋아했던 시기는 아마 대학교 때까지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가 좋아졌는데 그 시기는 조금 모호하다. 그렇게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더 많이 듣게 된 '오래된 노래'는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이다.


그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고 싶어 팔자에도 없는 피케팅을 경험했다. 워낙 유명한 콘서트인지라 티켓팅 당일에는 이미 실패하였고, 취소되는 표를 노려보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예매 대기를 걸어놓고 이번에도 못 가겠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예매 대기가 성공하여 콘서트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노래를 다시 듣는 것.


그의 콘서트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훌륭했다. 노래마다 나의 어떤 추억들이 오버랩되어 노래를 듣다가 간혹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추억의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몇 백 번 몇 천 번은 반복해 들었을 노래일 텐데 노래에 나의 추억이라는 변주가 더해지니 새로운 노래가 되고 나의 노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직접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정의 폭이 더욱 애절해지고야 말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담백하게 써 내려간 그의 가사들을 곱씹으며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리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콘서트 중에 기어코 '오래된 노래'가 나왔고 이제야 내가 왜 다른 '오래된 노래'가 아닌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에서 연인들을 멈춰 서게 했던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는 김동률의 노래가 아니었을까. 내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청춘을 흘려 보냈 듯 수많은 그와 그녀와 그 사람들이 함께 김동률의 노래를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친구들이, 떠나간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그리워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통해 다시 생각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