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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 Mar 31. 2021

23개월이란 숫자가 주는 의미


제4조(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예외사항은 존재하지만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즉,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23

   “23”이라는 숫자는 편법, 꼼수이며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숫자다. (두 번째 회사는 24개월을 다 채워 근무했다. 예외사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이 맞는 것 같지만, 공고 당시 <근무 기간 최대 2년까지 연장 가능>이라는 내용은 있었다.)


  사실 계약직으로 3년 동안이나 일할 줄 몰랐다. 누구나 다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 나는 내 미래를 몰랐다.


  첫 계약직의 시작은 집 근처 회사였다. 6개월 육아휴직 자리와 1년 계약직 자리를 구하는 자리에 처음 지원을 했다. 6개월(또는 1년이면) 돈도 벌고, 불안하지 않고 다른 일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이미 내정자가 있었다.


  면접에서 떨어진 후, 한 달이 지나고 23개월 계약직 자리가 뜬 것을 확인했다. 고민하다가, 23개월 자리에 지원했다. 23개월 계약직임에도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불안감이었다. 뭐가 그렇게 불안했는지 모르겠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관심도 없던 공기업은 다 지원을 했지만 NCS가 준비되지 않아 필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계속되는 탈락으로 더 불안해져만 갔고 돈을 벌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무서웠다. 내 가치를 증명받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붙어버렸다….’ 자기소개서도 쓰고, 면접도 봤고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붙으면 좋은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붙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 붙고 나니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첫 시작이 중요하다고 하는 데, 내 첫 시작은 23개월 계약직이었다.


  하지만, 난 23개월을 다 채우지 않았다. ‘못했다’가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23”이라는 숫자는 신입이 가지고 있던 열정마저 꺾었다. 일을 시작 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나는 퇴직금과 경력을 위해 1년만 딱 버티다 나가는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은 성공했지만, 다음은 24개월 계약직으로 일을 다시 시작했다. 1년을 일한 후, 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불안감"을 이길 수는 없었다. 쉬는 시간 하나 없이 바로 다시 나는 계약직이 되었다.


  23개월 계약직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던 곳의 안을 볼 수 있었다.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나와 맞지 않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미련 없이 새로운 길로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의 경험과 퇴직금도 얻었다.


  새로운 길도 계약직이긴 했지만, 이 곳도 안을 보고 싶었던 곳이다. 밖에서 보면 빛나는 별이었지만, 안에서 보면 꺼져가는 별, 어둠들이 보인다. 정규직으로 들어갔다면, 꺼져가는 별과 어둠들을 봤지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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