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요즘 핫플이라고 한다.
내 고향 부산, 인구도 줄고 산업체도 다 빠져나가 '노인과 바다'라더니, 언제 이렇게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나 모르겠다.
부산이 고향인데도 유튜브를 보면 내가 모르는 맛집과 가 볼 곳들이 주르륵 뜬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저런 곳을 가는구나. 신기했다. 내 고향인데도 생판 모르는 동네를 보는 듯했다.
나 어릴 적 맛집, 그러니까 부모님이 외식을 한다며 데려 가던 식당은 저런 곳들이 아니었다. 오래되고 낡아보이는 외관은 기본이었다. 횟집은 대개 바닷가에 늘어서서 파도소리와 짠내가 그대로 들어오던 곳, 식탁 위에는 해물을 못 먹는 사람이라면 초장과 메추라기 알, 당근 외에는 찍어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 매운탕이 나올 때까지 상추와 회접시에 깔린 무우만 우물거려야 했던, 그야말로 회와 해물만 나오던 바닷가에 늘어선 식당이었다. 고깃집은 단층짜리 큰 건물일 때도 있었지만 양옥을 개조한 곳도 많았다. 실내는 연기와 기름이 가득해 벽과 천장까지 고기 냄새 절어 있었다. 하지만 음식만은 정말 맛있어서 두고두고 생각나던 곳이었다.
그래서 정리해 본다. 이제 70 중반도 넘으신 우리 부모님이 자주 가시던 맛집, 내가 어릴 때,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서울 사위에게 맛있는 것 먹여줘야 한다며 데리고 가시던 곳이다.
생대구탕 맛집.
식당은 골목에 있고 천장이 낮다. 주차는 불가. 일요일은 휴무.
들어가면 딱 옛날 일식집 분위기다. 중앙동은 옛날부터 일식이 유명하다. 부산항 주변은 일제 일제강점기 때부터 금융 기관이 몰려 있어 일본 느낌이 나는 접대용 식당이 많다.
예전에 부모님께 한 끼 맛있는 것 사 드리겠다 했더니 이곳에 가자 하셨다. 가격은 싸지 않았지만, 부모님 말씀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와서 먹었다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생대구탕 좋아한다면 추천.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자갈치 명물횟집.
가격도 많이 비싸다. 회백밥 1인분에 43,000원이니 어디 가서 고기 시켜 먹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그래도 부산에 왔다면 한 번쯤 먹어보길 권한다.
엄마 아빠가 예전부터 가서 드시던 식당인데 항상 생선 껍질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생선 껍질이라면 지금도 질색이지만 요즘은 콜라겐이 많다고 먹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이 식당이 아빠 고등학교 선배네 집이어서 놀러 가기도 했다는 이야기 외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며 음식을 먹다 보면 어째 음식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가격은 비싸도 맛은 좋다. 요즘 후기를 보면 음식이나 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 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회를 잘 못 먹는 내 입에도 두툼하고 맛있었다. 참고로 아빠는 이집 기본 찬으로 나오는 콩자반 양념까지 칭찬하셨다.
"이거 이거, 양념 좀 봐라. 간을 이렇게 기막히게 한다. 요즘 이런 거 딴 데서 못 먹어요."
막입인 내 혀에는 별 차이를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오래도록 믿고 가시던 곳. 요즘은 가격 부담에 발걸음을 멀리 하신지 좀 되긴 했다.
엄마 아빠가 세꼬시 먹으러 정말 자주 가셨던 곳.
지금은 건물도 새로 올리고 가격도 많이 비싸졌지만, 그때만 해도 싸고 맛있는 집이라고 종종 가셨었다.
지금은 뷰 맛집으로 더 유명하던데, 가격은 비싸도 세꼬시 맛은 그대로인 듯해 다행이다.
엄마가 가자고 해서 갔던 미포 거북선 횟집.
방파제 앞에 있어서 바다를 보며 회를 먹을 수 있다.
메인인 회 이외에 상 위에 있는 모든 접시가 몽땅 다 해물이다. 해삼, 멍게, 문어, 개불 등 해산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실컷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해산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은 그날 천국을 만났다. 회 초보자인 나는 그날 좀 힘들었다.
예전에 대통령(어느 대통령인지는 모르겠다)도 다녀 간 집이라고 한다.
송정 시장 안에 있고 주차가 불편하다. 그 점만 극복한다면 정말 만족도 최상이다.
낚시로 잡은 싱싱한 물고기 회를 먹을 수 있다. 그때그때 사장님이 추천하는 회를 먹으면 된다. 찐 로컬 맛집이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곳.
이번엔 조금 먼 곳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진해시 용원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부산 친정에 갔을 때 묶어갈 수 있는 곳이니 그냥 폭넓게 부산 맛집으로 소개하려 한다.
생대구탕으로 아주아주 유명한 곳. 식당도 엄청 크다. 전국에 대구탕 맛집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이 전국 일등이 아닐까 한다. 제철에 산지 어시장 옆에서 싱싱한 생대구로 끓인 대구탕. 잊을 수가 없다.
웨이팅도 있다. 주변에 어시장이 있어 대구를 사 가지고 갈 수도 있다.
철마는 봄에 토마토 산지로도 유명하지만 부산 사람들에게는 한우로도 유명하다.
예전부터 엄마 아빠가 가시던 식당이 있는데 이름이 '우남정'이다. 요즘은 비싸기도 하고 너무 멀어서 못 가시지만, 그래도 고기 맛은 일품이다.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근처에 있는 '아홉산숲 대나무숲'을 돌며 산책하면 딱 좋은 코스다. 굳이 우남정을 가지 않더라도 아홉산숲 대나무숲은 한 번 가 보기를 추천한다.
중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엄마가 유일하게 가고 또 가시는 곳.
만두 맛집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엄마는 만두를 드시지 않는다. 대신 엄마가 극찬하는 건 난자완스. 꼭 먹어야 한다며 이 집에 가시면 항상 난자완스를 시키신다. 그 외에 탕수육, 볶음밥, 다 괜찮다. 유일한 단점은 주차가 힘들다는 것. 차이나타운 입구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는 편이 속 편하다.
만두든 볶음밥이든 포장도 필수.
언젠가 복국을 먹자고 한 날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가자고 해서 갔던 집.
부산역 옆 차이나 타운 골목 끝에 있으며 외관은 정말 허름하다. 주차도 당연히 안된다. 하지만 진정 노포란 이런 곳인가 하는 내공이 있는 집이다.
그때만 해도 복국이 처음이라 상세한 맛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같이 먹던 '물고기 좀 먹어 본' 가족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이미 유명한 곳이니 외관 허름한 건 눈 딱 감고 한 번 가 볼 걸 추천한다.
광안리 언양불고기는 옛날부터 유명하고 비쌌다. 내가 어릴 때 기억하던 가격이 1인분에 2만원이 좀 넘었을 거다. 지금은 4만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정말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 싫어하던 어린 시절 내가 유일하게 맛있다고, 또 먹고 싶다고 했던 고깃집이다.
광안리 언양불고기 골목에 가면 식당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 사실 어디를 가든 맛은 비슷비슷하다.
불고기 후 먹는 김치찌개 역시 별미다. 한때 아빠는 이집 김치찌개를 자주 포장해 오시기도 했다. 가격은 비싸지만 부산에 갔다면 한번 가는 걸 추천한다.
갈치구이가 유명한 집.
예전에 갈 때만 해도 시장 골목 안에 있는 집이었는데 이제는 건물이 번듯하다. 가격도 해마다 올라 이제 우리집 식구들은 더 이상 가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은 갈 만하다. 갈치가 정말 통통하고 구이든 조림이든 아주 맛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은 즐기지 않지만 '부산'하면 밀면이니 추천해 보는 '가야밀면'.
지점이 너무 많아 아무 곳이나 하나 찍었다.
무려 남동생 고등학교 동창이 한다는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부산 외가에 간 우리 아들이 '솔직히 말해 외할머니께는 죄송하지만 부산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던 집이다.
다른 맛있는 밀면집도 많지만 울 아들의 엄지 척을 믿고 감히 추천해 본다.
아무래도 70대 우리 부모님이 잘 가시던 곳이라 음식점들 유형이 다 비슷비슷하다. 오래되고 특히 횟집이 많다. 이 중에는 이제는 아주 유명해져 건물을 새로 올리고 으리으리해져 버린 곳들도 있다. 슬픈 건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예전에는 회도 좋아하지 않았고 이런 식당은 낡았다고 싫어했는데 이젠 어쩐지 이런 곳들이 점점 편해진다는 거다. 소위 말하는 '깊은 맛', '내공'이 느껴진달까.
그런 의미에서 부산을 찾는 어떤 이에게는 이 정보가 유용할 수도 있을 듯하다. 부산에 갈 때 한 번쯤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