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 팰리스 '파밀리아'를 다녀와서
'임페리얼 팰리스', 아니 '아미가', 아니, 지금은 '그랜드 머큐어 강남'으로 불리는 호텔은 원래 뷔페가 유명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2024년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 주인이 바뀐 이후에도 호텔은 '파밀리아'라는 옛 뷔페식당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맛이 그대로 유지되느냐이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러 다녀왔다.
뷔페마다 특성이 있다. 어떤 뷔페는 양고기가 유명하고, 어떤 뷔페는 디저트가 잘 나온다. 파밀리아의 경우 일식이 강하다는 평이 많았다. 과연 그 말처럼 일식 섹션이 실내 정중앙에 배치되어 있었다. 음식 구성도 전채부터 스시, 회, 찜, 디저트의 코스로 구성되어 마치 하나의 작은 뷔페 같았다. 이를테면 뷔페 속의 뷔페, 미니 뷔페인 셈이었다. 하지만 뷔페이긴 했지만 컨셉은 오마카세였다. 각 코너 옆에는 설명이 붙어 언제 어느 때 먹는다고 알려 주었다. 이를테면 '미소 소스와 청어', '농어 안키오 다시앙' 같은 한 입 거리 옆에는 '고바치'라는 설명이 붙어 이 음식들이 오마카세에서의 전채에 해당한다고 알려주는 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오마카세 느낌을 구현해 둔 것도 재미있었고 오마카세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일식 전채 요리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회는 농어, 숭어, 도미, 연어가 있었고 맞은편에 방어가 있었다. 찜 요리는 새우, 가리비, 홍게와 크랩이 있었다. 모두 따뜻하게 금방 꺼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고 특히 게는 먹기 좋게 가위집도 되어 있었다. 하지만 몇 개는 조금 말라 있어서 아쉬웠다. 전채는 신기하기도 해서 골고루 맛보려고 노력했지만 디저트는 배가 불러 거의 건드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말차 앙금을 넣은 수제 모나카가 먹어 보고 싶었지만 진짜 디저트 섹션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배에 자리를 좀 남겨 둬야 해서 계란을 달콤하게 요리한 타테마키로 참았다.
하지만 일식의 존재감이 워낙 강해 다른 요리들은 배경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스테이크와 그릴 요리, 그리고 중식은 테이블이 배치된 전면에 있어 괜찮았지만 피자 및 다른 음식들은 코너를 돌아가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디저트 섹션이 더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디저트 섹션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일식에 비해 디저트는 조금 아쉬웠다. 홀케이크 쪽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한 입 거리 제철 딸기 디저트 쪽이 더 괜찮았다. 딸기 뷔페를 따로 운영하는 대신 뷔페의 디저트 섹션에 포함시킨 듯한 컨셉으로 딸기를 활용한 각종 디저트들이 많았는데, 휘낭시에, 브라우니, 미니 치즈 케이크 위에 아이싱을 하고 딸기를 얹은 형태였다. 딸기가 들어가 그런지 대체로 상큼하고 맛있었다. 한두 가지 정도가 너무 퍽퍽해서 먹기 힘든 정도였다. 이에 비해 홀케이크는 전반적으로 평범했다. 초콜렛 케이크, 레어 치즈 케이크, 피칸 타르트, 딸기 생크림 케이크, 당근 케이크로 구성도 평범했지만 맛은 더욱 그랬다. 그나마 그중 초콜렛 케이크 정도가 진하고 꾸덕해서 먹을 만했다. 제일 실망스러웠던 건 레어 치즈 케이크였다. 크림치즈로 꽉 찬 속을 기대했건만 제일 밑에는 얇은 시트가, 그리고 첫번째 단은 생크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덕분에 상큼하기보다는 느끼한 맛이 함께 느껴져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일식과 디저트 이외에 기억에 남는 건 샐러드와 한식이었다. 샐러드는 아티초크를 넣은 샐러드가 독특해서 좋았다. 한식은 기대하지 않았던 발견이었다. 김치와 같은 기본 메뉴도 충실했고 살짝 창작의 손길을 가미한 요리도 괜찮았다.
음식 이외에 전반적으로 파밀리아의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평일 런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손님이 너무 없어 놀랐다. 다른 5성급 호텔 뷔페가 평일 낮에도 손님으로 북적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른바 '서울 3대 뷔페'라는 범위에 들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성인 기준 평일 런치 10만 원대 초반이라는 애매한 가격 포지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후자가 맞는다면, 뷔페 시장에서도 20만 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뷔페와 1~2만 원 정도의 초저가 뷔페만 살아남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 씁쓸했다.
이렇게 파밀리아 뷔페를 다녀왔다.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물론 플레이버즈나 파크뷰에 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 정도면 훌륭했다. 직원들도 친절했고 서빙도 즉각 즉각 이루어졌다. 이는 물론 손님이 적기 때문이라는 점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게다가 파밀리아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까지 있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허덕이는 느낌이었다. 음식은 맛있었으나 그것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파밀리아는 과거 뷔페 계의 황제였다. 강남에서 가족 모임, 연회 장소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호텔 측에서도 굳이 그 이름을 유지한 거다. 하지만 코로나와 리모델링 기간을 거치는 사이 시장은 변했다. 파밀리아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5성급 호텔들이 고급화 전략으로 쑥쑥 앞서 나갔다. 이제 파밀리아처럼 중급 가격대의 뷔페가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아미가, 임페리얼 팰리스처럼 독자적인 브랜드는 생존 경쟁이라는 이름 하에 점차 사라지고 그랜드 머큐어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만 남는다. 호텔도, 식당도 최고 아니면 최저만 손님을 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평일 낮, 텅 비다시피 한 파밀리아 뷔페의 모습이 현 중간지대 식당들의 가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