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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동동 Jul 05. 2024

브런치 메인에서 올랐는데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그저께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은 후 노트북으로 브런치 글을 보고 있었다. 브런치 메인 화면을 보며 별생각 없이 옆으로 넘기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본 듯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 요금제 때문에 호구가 된 느낌이 든다.” ‘어?’ 잠시 머리가 1, 2초 정도 정지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뇌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거… 내… 글이잖아?’ 그리고선 글쓴이를 보니 정말 내 필명이었다. ‘크림동동’. 순간 모니터를 향해 속된 표현으로 ‘뿜을 뻔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쩐지 이번 글이 하루 만에 조회 수가 1,000을 넘더라니, 이래서 그랬구나!’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고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목청껏 소리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제 글이 브런치 메인에 떴어요오~!” 동네방네, 아니 최소한 아파트 방송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 그런데, 이런, 누구한테 이야기야 하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부모님은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시니 이야기를 해 봤자 소용이 없다. 친구들도 다들 사는데 바빠 그런지 브런치를 아는 사람이 없다. 남편과 아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떻게 된 게 이 세상에 브런치를 읽는 사람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 아, 답답하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벙어리 냉가슴? 아니 벙어리 냉가슴의 반대인가? 모르겠다. 어쨌든 남편과 아들에게 알리긴 해야 하니 가족 단톡방에 이 소식을 올렸다. 그런데 남편이 웬일로 내가 단톡방에 올리자마자 바로 이모티콘을 하나를 날렸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평소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사무실이야. 촉하해~. 근데 그거 좋은 거야?” 에휴, 그럼 그렇지. 겨우 알아들을까 말까 하는 모기만 한 소리에 김이 팍 새어 버렸다.  






  남편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기분이 많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여전히 가슴이 빠르게 뛰고 있다. 빨리 다음 글을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 글감들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간다. 물론 이러고서도 실제로 글이 되어 나오려면 또 일주일은 족히 끙끙거려야 할 게 뻔하지만, 이 순간만은 자리에 앉기만 하면 술술 써질 것 같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나도 뭔가 생산적인 걸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 이런 기분, 참 좋다. 살아있는 기분이다. 자, 글을 쓰자. 열심히 써 보자.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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