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때도 그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이런 말이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이 말은 노포에도 들어맞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가락은 '강한 자'이다.
이가락을 처음 방문한 것은 몇년 전 LG에 다니는 친구 손에 이끌려서였다. 철길을 건너 아파트 상가에 있는, 생각보다 훨씬 작고 낡은 가게였다. 가게가 작아서 그런지 점심 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으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나무 간판, 미닫이 문, 벽에 붙은 1인식 테이블, 작은 공간 틈새까지 낭비없이 살뜰하게 이용하고 있는 가게 인테리어, 모든 것이 영락없이 일본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일반적인 일본 가정식 메뉴 사이에 끼어 있는 '낫또 덮밥'은 이 집이 하고 많은 일식 식당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유가 되었다.
낫또 덮밥은 입에 댄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이가락을 찾는 이유가 되었다. 담백하고 건강하고 깔끔한 맛. 낫또도, 덮밥 안의 낙지도, 평소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식재료이지만 '이가락의 낫또 덮밥'이라는 차림새에서는 한 그릇 뚝딱이다.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그 이후 친구와 또 가고, 주말 한가한 때에 남편도 데리고 갔다. 그리고 이번엔 지인을 데리고 오랜만에 갔다.
사실, 코로나 한파 이후 여기저기 쓰러져 간 가게가 너무 많아서 내심 없어지진 않았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검색창에 '이가락' 이름을 치자 상호가 선명히 떠올랐다. 반갑고 기뻤다.
'진정 맛집은 사람들이 알아주는구나.'
그렇게 해서 지난 주에 방문한 이가락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 갔을 때에 비해 외관은 더 낡고 빛바랜 모습이었다. 여전히 작고 퇴색하고 지나치기 쉬워 보이는 가게였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열었을 때의 그 아늑한 느낌, 어디선가 물주전자가 난로 위에서 보글보글 김을 내며 끓고 안에서 앞치마를 두른 인자한 아주머니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주전자는 없었지만 곧이어 정말로 앞치마를 두른 여주인이 나왔다.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이 지난 이가락은 한가했다. 엄마와 어린 아이 한명만이 점심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여유가 가게 안의 온기와 어우러져 더욱 일본의 어느 작은 노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 간 지인은 마침 어릴 때 일본 생활을 오래 한 까닭에 이가락을 분위기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지인의 말로는 예전 이촌에 있던 작고 특색 있던 식당들이 딱 이러했다고 한다. 지금 이촌에서는 그런 식당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과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이가락이 더욱 반갑다고 했다.
이날 우리가 시킨 음식은 낫또 덮밥과 카레 우동이었다. 늘 낫또 덮밥만 시켰지만 이 날은 다른 음식도 맛보고 싶었다.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문이 '드르륵' 열렸다.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자꾸 생각이 나서 왔다'며 옆자리에 앉으셨다. 조금 있다 또 문이 열리더니 '사장님, 너무 늦었나요?' 하며 또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셨다. 이렇게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가게, 밖에 날씨는 추웠지만 가게 안에 앉아 그런 풍경 속에 젖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포근해졌다.
내 입에는 딱 일본 입맛인 낫또 덮밥은 일본을 잘 아는 지인 입에는 '한국화된 일본 맛'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일식을 내 놓는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카레 우동도 살짝 묽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지인은 연신 다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있어줘서 고마워. 다음에 올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줘, 이가락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