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이은수헤어
나는 '머리를 만질 줄 모르는 사람'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머리 만지는 솜씨는 없고 머리는 예쁘게 나왔으면좋겠고 그런데 머리에 들이는 돈은 적게 쓰고 싶은 사람'이다.
도둑놈 심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는 나같은 사람이 많다. 그 증거로 맘카페나 당근 동네 게시판에는 미용실을 문의하는 글이 항상 올라온다. 넘쳐 나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맞는 미용실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머리를 손질할 때만 되면 나는 미용실 난민이 된다.
그러다가 이번에 '인생 미용실'이라 할 만한 곳을 발견했다.
예전 살던 동네 맘카페에서 추천의 글이 올라와서 찾아가게 된 곳이다.
외관도 실내도 위치도 모두 옛날 동네 미용실이다.
사장님이자 스타일리스트 한분이 다 하신다.
실내는 인테리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의자와 거울, 대기 손님을 위한 소파. 딱 필요한 것만 있다. 소박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가격만큼은 정말 좋다.
남성도 동일하다.
제일 중요한 실력은?
여기서 머리를 하고 며칠 전 모임에서 이 머리 얼마 줬을 것 같냐고 물어봤다.
150,000원까지 나왔다. 실제로는 거기서 '0' 하나를 빼야 한다고 했더니 다들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남편도 가 보고 싶다고 했다.
좀 걸어야 하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한동안은 내 인생 미용실이 될 것 같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