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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훠궈양고기

눈도 맛도 중국 본토!

by 크림동동

남편 전 회사 동료네 둘째가 NYU 아부다비, 그리고 미네르바 대학교에 합격을 했다고 한다.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수험생 뒷바라지로 만나자는 말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속 시원히 축하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구성역 근처에 사는 남편 지인네가 제안한 곳은 '미가훠궈양고기'.

우리로서는 처음 들어 보는 식당이었지만 그분들 말로는 전국구 맛집이라고 했다.

사진을 보니 범상치 않은 포스가 있는 곳이었다.

기대를 품고 수지로 내려갔다.



주차는 수지구청에 했다.

주말이라 주차비가 무료이기도 했고, 식당이 수지구청 바로 맞은편이라 접근성도 편리했다.

식당에서도 무료 주차를 제공했지만 식사 후 커피를 위해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 수지구청에 차를 대는 편이 여러모로 더욱 편리했다.

수지구청 뿐만 아니라 주말에는 관공서 주차가 무료다.



차를 대고 나오면 바로 보이는 식당.

외관부터 뿜어내는 포스가 남다르다.

건물 전체가 식당이고 맞은편 작은 1층 건물 역시 같은 식당이지만 저녁에만 사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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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중국 본토에 온 듯한 안팎의 화려한 장식에 압도당해 안으로 들어가면 이번에는 웨이팅 인파에 놀라게 된다. 입구에는 앉아 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하다.

지인네 말로는 예약 없이 웨이팅 하는 시스템이라고.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도 없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렇게 붐빈다고 한다. 그나마 애매한 시간인 3-4시 정도가 대기 시간이 짧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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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와서 웨이팅 해 준 지인네 덕에 5분 정도 대기 후에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는 입구 바로 앞이었지만 투덜거릴 형편이 아니었다.

외투 보관, 이런 건 기대하지도 않고 대충 옷자락을 여며가며 앉았다.


두꺼운 나무 테이블도 화려한 벽과 천장 인테리어도 본토 분위기가 물씬이다.

마치 중국에 온 것만 같다.

보이차가 담겨 있는 주전자조차 중국 마냥 무거운 쇠 주전자다.

지인 말로는 모든 것을 화교인 주인이 중국에서 직접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화장실 장식까지 중국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해서 일부러 화장실에 가 보기까지 했다.

먹기도 전부터 일단 기분 업이다.

이제 먹을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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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는 보이차와 땅콩과 같은 기본 찬이 세팅되어 있다.

기본 찬은 셀프로 더 갖다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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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마다 있는 패드로 주문 가능하다.

메뉴가 끝도 없다.

메뉴판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패드 화면 넘기기 힘들면 메뉴판을 보고 고른 후 주문하는 수도 있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마라샹궈꿔바로우, 그리고 중국식 오이 탕탕이(정확한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또 뭐 더 드시고 싶으시면..."이라고 말했더니 상대편이 서둘러 내 말을 막았다. 양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미 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였다.


음식 서빙은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아주 지루할 정도는 아니었다.

음식을 기다리며 살펴보니 직원들이 수시로 테이블 사이를 다니며 접시를 치우고 서빙하고 있었다.

중국 식당 특유랄까, 아주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대응은 신속했다. 일례로 내가 물휴지를 요청하자 바로 그 자리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잔뜩 꺼내 주었다!


주문하자마자 고구마 맛탕이 나왔다. 보통 후식 서비스로 나오는데 먼저 나와서 당황했지만 지인 말로는 여기서는 앞에 나오기도 하고 나중에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 후에 다시 계란탕이 서비스로 큰 그릇에 담겨 나왔다.

계란탕까지 홀짝거리고 있노라니 주문한 음식이 차례대로 나왔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은 오이 탕탕이.

다른 메뉴는 몰라도 오이 탕탕이 가격은 확실히 기억난다. 16,000원.

솔직히 굉장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나온 음식을 보니 16,000원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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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양이 많다!

양도 많고 제대로 요리했다!

무슨 말이냐면 다른 식당에서는 오이를 대충 서걱서걱 썰고 양념을 버무린 후 내놓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제대로 오이를 칼등으로 내려쳐 깨진 형태였다는 거다. 제각기 다르게 깨진 오이를 씹으면 아삭아삭하고 시원하고 매콤 새콤하다. 딱 원하고 기대하던 그 맛이다! 만족감이 상승하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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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나온 건 꿔바로우.

남편 전 동료가 강력 추천한 메뉴다.

그분 말로는 이곳 꿔바로우는 '제대로'라고 한다.

옥수수 가루를 입혀 튀겨 보통 찹쌀가루를 사용하는 다른 식당과는 틀린 진짜 '중국 본토 맛'이라는 거다.

참고로 남편 전 동료는 중문학과를 졸업한 데다 싱가포르에서 오래 거주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먹을 것, 특히 마라샹궈를 먹느라 미처 꿔바로우까지는 맛보기도 전에 배가 가득 차 버렸지만 식탁에 앉은 다른 이들의 말로는 그냥 '엄지 척'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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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마지막에 나온 마라샹궈.

면이 별도의 접시에 담겨 나온 것이 특이했다.

짜장면처럼 면을 넣고 비벼준다.

아무래도 볶음면이다 보니 기름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빨갛게 매워 보이는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아주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새우가 큼지막하게 3 마리 들어 있었다.

인원수대로 4 마리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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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메뉴가 메뉴인지라 술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지인네 말로는 양 꼬치와 술을 많이 시킨다고 한다.

양 꼬치 맛도 훌륭한 듯했다.

낮부터 양 꼬치에 술은 아닌 것 같고, 게다가 이미 시킨 메뉴로도 양이 차고 넘쳐서 그냥 칭다오 1명을 시켜 남자 2명만 나누어 마셨다. 여자는, 특히 나는 남편 대신 운전을 해야 하는 관계로 술은 마시지 않았다.

이렇게 어른 4명이 음식 3가지를 시켜 마라샹궈까지 싹 다 비웠다.

양이 많이 다들 배가 너무 부르다며 일어났다.

마라샹궈, 꿔바로우, 오이 탕탕이에 칭다오 1병을 다 해서 나온 값은 80,000원.

딱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눈도 맛도 분위기도 꼭 중국 본토에 온 것만 같았던 미가훠궈양고기.

즐거운 식사였다.

강남 신세계 백화점에도 들어와 있다고 하는데 그곳은 원래도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이라 별로 갈 것 같진 않다.

이왕이면 수지로 올 것 같지만 온다면 오후 3시 정도!

기억해 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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