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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말고 배낭여행

세계여행 타이틀은 좀 부담스럽고

by 로마

글을 써보려고 한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내 여행이 끝날 때까지의 여행기가 저장된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여행하다가 문득 든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놓는 생각 주머니가 될 수도 있다.

글재주는 없다. 브런치에 올라온 몇몇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쭉 읽어봤는데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나는 잘 쓸 자신이 없으니 나는 그냥 담백하게써내려 갈려고 한다.



세계여행의 시발점



때는 19살, 엄마가 절에 한 달인가 두 달(15년 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을 보냈을 때 가방 안에는 수많은 문제집과 책 한 권이 들어있었다.


평소에 책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뭔지도 모르는 책 한 권을 가방에 품은채로 절로 향했다.

그 책을 읽는데 한 달이 걸렸다.

한 페이지를 읽고 상상을 몇 분 동안하고 다음 페이지를 읽고 또 상상을 하고

결국 절에서 하산할 때 문제집은 거의 새 거였고 그 책만 너덜너덜 해졌다


류시화 시인 - 『지구별 여행자』


절에서 읽었던 이 책이 현재 내가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시발점이다.


난 다른 나라 여행기를 이 책으로 처음 접했다. 그전 한비아 작가님이 쓴 여행기가 열풍이 불었을 때도 책과 거리가 먼 난 읽지 않았다


『지구별 여행자』를 읽기 전까지 다른 나라에 관심도 없었으며 대한민국, 부산 외 다른 도시에도 궁금증도 없는 나였다. 물론 서울 빼고는(서울은 요정 컴미가 한참 방영중일때 컴미누나(?) 를 보러 가고싶었다)


절에서 『지구별 여행자』를 읽고 매일 밤 성인이 돼서 여행하는 꿈을 꾼 것 같다. 단지 궁금했다. 그게 다였다.

내 눈으로 그냥 직접 보고 싶었다.


그 후 대학교 일 학년이 됐을 때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류시화 시인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더 가고 싶어졌다.


15년을 고민하고 주저했다.

갈까 말까, 가도 되나?


현재 지금 나는 발리에 있다. 세계여행 출발한 지 6개월이 됐다.


세계여행 끝나고 뭘 얻고 싶냐고?


그런 거 없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귀국해서 보통 사람과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낼 때 누군가가 "세계 여행 가서 뭘 얻어 왔어? 뭘 느꼈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입에서 이 말만 나오면 된다.


"진짜 너무 재밌었다, 세계 여행 안 했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어 “

15년전 상상했던 그 내용속의 진실이 진짜인지 확일 할 때이다. 비록 내 상상과 다른면를 보더라도 후회가 없을꺼다. 아직까지 너무 즐거우니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여행의 순간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뿐이다.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내 인생에서 제일 멋진, 선택함으로써 후회 없는 한 페이지를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중이며 채워나갈 거다.


살면서 누군가 언제 제일 행복했냐고 물어보면 매번 대답이 바뀐다.

필리핀에서 호핑가이드, 스쿠버 다이빙 보조로 일했을 때와 호주 워킹홀리데이 갔을 때, 그리고 세계여행을 시작한 현재로


많은 친구들이 연락 와서 물어본다. 재밌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진짜 너무 재밌다, 니도 퇴사하고 세계여행하자 “라고


내 나이대에 또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 포기하고 세계여행 가는 게 쉽지 않은 건 나도 알고 있다.

다녀와서 뭐 할래? 결혼은 언제 하고 아기는 언제 낳고집은 언제 사며 언제 안정적이게 살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을 것이다.


20대 때는 포기하는 게 한두 가지면 30대에는 포기하는 게 수십 가지는 넘는 것 같다. 40대에는 수백가지겠지만


20대에 떠나는 것과 30대에 떠나는 건 다르다.


솔직히 말하자면 떠나기 전날까지 무섭고 이게 맞나 싶었다. 무섭고 겁이나다보니 세계여행 다녀왔을 때 한국에서 다시 정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동아줄을 대비해야 했고 어영부영 하다보니 19살 때 꿈을꿧던 세계여행이 34살이 돼서야 출발한 걸 지도 모른다


다녀와서 돌아갈 회사와 커리어, 세계여행 끝났을 때 어느 정도 자리 잡을 자본금을 마련하는데 15년이 걸린 셈이다.


그래서 난 여행이 끝났을 때 후회가 없고, 더 나은 내가 되려고 틈틈이 글을 쓰려고 하고 유튜브를 하고 언어 공부를 하려고 한다.

어느 것이든 잘되면 좋겠지만 ‘꾸준히’만 하자고 스스로 약속을 한다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행하면서 쓰고 싶은 글이 생각나면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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