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
세계 여행 첫 나라는 필리핀으로 정했다
34년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
27살, 행복했던 1년을 보낸 곳
약 일 년간 몇백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난 곳
필리핀 수많은 섬 중 막탄섬에 위치한 다이빙&호핑 샵
그곳에서 일 년을 보냈다
필리핀을 왜 가게 됐냐?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거슬러 대학교 때로 간다
난 학점이 매우 낮은 알바에 미친 학생이었다
지금 보면 학고를 몇 번이나 맞았는데 퇴학을 안 당한 게 신기하다
때는 4학년 일 학기였나, 한 선배가 괜찮은 회사가 있는데 면접 한번 볼래?라고 물었다
애초에 난 연구 쪽으로 갈 생각이 없는걸 모든 선, 후배들이 알고 있었다.
영업 포지션이라 다른 학생들 말고 나에게 기회 준 게 아닌가 싶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대구에서 송파까지 준비된 것도, 준비한 것도 없이 자신감 하나로 대구에서 송파까지 면접을 보러 갔다
결과는 뻔했다.
처참히 깨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알바 면접 보러 가듯 왜 간 건가 싶다
이력서에는 1점대 후반의 학점, 자격증은 워드프로세서 2급 하나, 운전면허 1종 보통 이게 끝이었다
말이라도 잘했으면 몰라, 뽑을 이유가 전혀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가한 이력서다
그때 당시 면접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면접관들도 이력서를 보고 할 말이 없는듯한 눈동자와
이미 탈락을 암시하는 질문들
그렇게 나의 첫 면접은 처참히 부서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왜 괜한 기대를 했는지 모르겠다
송파에서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길
창밖에 노을을 지고 있었다
어깨가 박살 난 채로 노을을 보고 있자니 어찌나 슬프던지
하늘을 치솟던 자신감은 무참히 깨졌고 부모님 생각이 왜 그렇게 생각나던지
면접 보러 간다고 사주신 새 정장과 새 구두, 첫 면접이라며 나보다 더 기뻐하던 부모님의 얼굴
대구로 내려가는 길
이대론 다른 회사 면접을 봐도 똑같은 결과겠다
그냥 하고 싶은 거나 해보자 하며 구글에 들어가서 스쿠버 다이빙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태국 코따오란 섬에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처음 땄다)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일본 등 많은 한인업체에서 다이빙 보조 강사를 구했다
거의 대부분 한 달 월급 30만 원에 무료 숙식제공
다만 면접은 화상통화 또는 전화로
수십 군데의 업체를 보고 마음에 드는 한 군데를 찾았다 월급은 백후반에 숙식 무료 제공인데 면접은 와서 봐야 되는 조건이다
연락해서 며칠 이내로 간다 하고 이틀뒤 출발했다
떨어지면 여행이나 하다가 한국 와야 지란 생각으로 3박 4일 일정으로 필리핀행 티켓을 끊고 무작정 갔다
면접을 보러 들어갔다. 인사를 나누었다
“온다 했을 때부터 합격이었어. 언제부터 일 할래?”
“내일부터 하겠습니다”
부모님께 취업했으니 짐을 부쳐달라고 했고, 부모님은 당연히 첫 면접을 본 회사에 합격하신 줄 아셨다.
필리핀 주소를 보내니 “니 어딘데?”라는 말과 어이없어하셨고 잘 놀다 와라는 한마디만 있었다
결국 리턴 티켓은 쓸모없어졌고 그렇게 무작정 찾아간 면접날부터 약 일 년 정도를 일했다
주 업무는 호핑투어 가이드 및 스쿠버 다이빙 보조
일이 숙달되고부터 혼자 20-30명의 손님과, 10명 넘는 필리핀 현지 친구를 하루 반나절동안 컨트롤 하고 틈틈이 모알보알, 가야산 캐녀닝, 시티 투어, 고래 상어 투어 등도 가이드로 뛰었다
다이빙 로그는 700 깡이 넘었다
출근하는 아침이 매일 행복했다
바다에서 놀 생각에
새로운 손님 만날 생각에
필리핀 친구들과 놀 생각에
출근길이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데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
쉬는 날도 오히려 사무실로 가서 “저 오늘 그냥 배 타면 안 돼요??”라고 얘기할 정도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내가 좋아했던 일도 직업이 되니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문화차이에서 오는 로컬 친구들과의 트러블도 무시 못했다
그렇게 행복했던 필리핀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서 숙식 노다가 7개월 정도를 하고
다시 전공을 살려 영업직으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이젠 27살 초반에 이력서와 28살 후반의 이력서는 달랐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자소서에 쓸 말이 많았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이력을 몇 줄 채울 수가 있었다
총 8군데 면접을 봤다
결론은 8곳 중 6군데가 붙었다
다들 필리핀 생활을 궁금해했고 좋게 봐주셨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뤄야 하는 직업인 영업 특성상 필리핀에서 만난 수백 명의 고객들을 핸들링하고 그들을 컨트롤했다는 게 장점이 되었다
더군다나 매일 배 위에서 30명 정도 앞에서 마이크 들고 브리핑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했던 그 자신감이 면접관님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면접을 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
27살엔 어깨가 박살날정도로 깨진 내가 약 1년 반 뒤엔 내가 회사를 선택할 정도로 뒤바뀌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그 경험은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나를 도와줄 거라 생각한다
필리핀, 숙식 노다가, 호주 워홀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세계여행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리핀에서 생활할 때만 해도 주위 친구들은 다 취업에 성공했고 빠르게 승진한 사람도 있었다. 또한 결혼에 골인하고 빠른 친구는 아기를 가진 친구도 있었다.
그런 소식에 무덤덤하듯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늦은 게 아닐까?, 나도 한국 가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되나?”라는 생각이 뜨문뜨문 들었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마인드로 더 즐기긴 했지만
결국 이 경험들이 보잘것없는 이력서를 빽빽이 채워줬도 면접관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추후 내가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게 됐으며 2번째 회사에서 스카우트당했고, 직장생활 5년 만에 과장을 달게 됐다
영업직을 하면서 고객을 만날 때 필리핀 가이드 생활이 상상이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
세계 여행 경험도 살아가면서 언젠간 내 인생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을까?
분명 그럴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낸 곳으로 첫 여행지를 정했고
2024.04.27일 난 필리핀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