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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Apr 08. 2020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리된 인간관계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힘도 주고 응원도 하는 미담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글로 알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도 표현하고 거기에 동감하고 위로도 하는 상황들 말이다.


 그런데 정작 가까운 사람끼리는 이해하려는 폭이 퍽이나 좁아진 듯하다. 너도 나도 힘든 상황이라 나를 잘 아는 네가 더 이해해라 하는 심정으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를 주기 일쑤다. 잘 모르는 먼 사람에게는 친절한 한마디가 용납이 되는데, 왜 가까울 사이일수록 더 너그럽지 못하고 되려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는 걸까.







 한 맘 카페에서 어떤 엄마가 오랜만에 아이들과 나들이 간 사진과 글을 올렸다. 카페 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녀라 일말의 공감을 기대하며 올린 글 같았다. 그런데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은 다소 보기 민망한 공격성 언행들이 즐비했다. 제정신이냐, 이 시국에 돌아다닌 걸 올리고 싶냐, 난 애가 셋인데 집에서 애만 보고 있다, 이런 걸 올리는 이유가 뭐냐 등등. 어찌 보면 같은 여자고 아이 키우는 입장이라 더 이해를 잘해주리라 생각하고 올린 글일 텐데 현실은 아니었다.



 이런 일은 나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다. 유독 나가기를 좋아하는 지인이었다. 안 하던 일도 시작하면서 외출이 더 제한적이게 되었는데 딱 하루 쉬는 날에 여행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최대한 서로 조심하고 있는 상황인데 눈치도 보지 않고 요령껏 행동하지도 않는 그 상황을 너그럽게 보고만 있어줄 사람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또 가는구나 하던 일인데 평소 같지 않은 상황에서 똑같이 하는 그 행동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보다 못한 몇몇은 차라리 안 보련다는 심정으로 모임에서 나갔고 그렇게 몇몇은 그 관계를 정리했다.



 단체창이라는 게 그렇다. 그 안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어떨 때는 속속들이 서로를 아는 것 같이 연결되어 있는 공간. 하지만 그 공간에서 나가고 나면 그 연결이 끊어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단체 창에서 나가고 난 이후의 관계가 진짜로 드러날 때도 있다. 정말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연락이 계속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거기까지다.





 분명 사회적 거리두기 하나만의 이유로 관계가 깨진 것은 아니겠지만 보기 좋은 핑곗거리가 되기는 했다. 서로의 마음까지 멀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서 더 확실한 관계를 알아볼 수 있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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