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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Jun 30. 2020

기가 허해졌나?

가위눌림


 공포영화의 소재로도 이용되는 가위눌림을 겪었던 때는 밤샘을 자주 하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입시를 앞두고 야자(야간 자율학습)와 학원을 뺑뺑이 돌며 체력이 지치는 줄 모르고 챗바퀴를 돌던 시절. 그날도 야자와 학원을 마치고 늦은 시간이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시험기간이라 바로 잠들지 못하고 책상에 다시 책을 펼쳤다.  


 당시 내 방의 구조는 책상 바로 옆에 침대가 있어서 눕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란 힘들었다. 피곤하고 하기 싫은 마음이 부풀어 올라 딱 10분만 눕자며 침대로 가서 누웠다. 누워서 눈만 감았지 잠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책상 위에 펼쳐 둔 책이 '슥-슥-슥'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뭐지? 하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려 해도 움직여지지 않았고 눈도 떠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더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소리치며 엄마를 불렀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 혼자만의 외침이었고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이려 안간힘을 쓴 뒤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내가 겪었던 가위눌림 중 제일 소름 끼쳤던 경험이었다. 그러고도 가위눌림은 계속 있었지만 몸이 무거워서 움직여지지 않을 뿐, 소리가 들리거나 귀신을 보는 특별한 상황은 오지 않았다. 가위가 눌린다 싶은 감이 오는데 그때는 몸을 완전히 일으키고 일어나서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다시 누워야지 그대로 누웠다가는 또 가위에 눌리기 십상이었다.





 귀신이 몸을 누르고 있다는 속설로만 접하던 가위눌림을 의학적으로 알아보게 된 건 시간이 지나 사회생활을 할 때였다. 의학적으로 '수면 마비'라고 불리고 수면 중에 의식은 뚜렷하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했다. 특히 다양한 꿈을 꾸는 렘수면 단계에서 잠에서 깨어 정신은 깼지만 신체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했다.


 원인은 스트레스, 수면부족, 카페인 과다 섭취,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의 반대로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수면 마비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단다.



 뇌 과학적인 원인과 결과가 있어 가위가 눌린다는 걸 알게 되었으면서도 청개구리처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가끔 가위에 눌려 밤잠을 설친 날이면 '기가 허해졌나?' 싶어 몸보신을 하러 갈 궁리를 한다. 원기 회복에 좋다는 삼계탕이나 추어탕을 한 그릇 먹고 나면 한동안은 가위눌림을 잊고 잠들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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