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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Jul 03. 2020

쌀랑한 날 생각나는 간식

밤 조림

 밤은 나와 크게 연결고리가 있는 식품이 아니다. 좋아하는 종류도 아니고 일부러 찾아서 먹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시 달린 밤을 나무에서 흔들어 따 본다거나 한 추억도 없어서인지 더 관심이 없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 줄거리는 배우 김태리가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재배한 식재료로 제철에 맞는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면서 일상을 보내는 내용인데, 잔잔한 일상을 보내는 내용이지만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영화다.


 

 추운 겨울에 봤던 영화였던지라 거기 나왔던 여러 가지 음식 중에서 밤 조림을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물에 불려둔 밤의 껍질을 칼로 하나씩 깎아 다듬어 베이킹 한 스푼과 알밤들을 하루 정도 재워둔다. 다음 날 그대로 불에 올려 끓여준다. 그러면 까만 물과 밤에 있던 불순물들이 떠오르는데 그 물은 따라 버린다. 버리고 새로운 물을 넣어 한 번 더 끓여준다. 그렇게 익은 알밤들의 중간 심지와 털을 이쑤시개 같은 뾰족한 것을 이용해 정리해준다. 정리된 알밤들에 설탕을 듬뿍 넣고 은근한 불 위에서 조려주면 맛깔스러운 밤 조림이 완성된다. 투명한 유리병에 떠 넣어 보관했다가 두고두고 한, 두 알씩 꺼내어 간식처럼 먹는다. 추운 겨울과 상반되게 갖 만들어진 밤 조림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 올라 보고만 있어도 따뜻함이 느껴졌고 한 입 베어 무는 김태리가 너무 부러웠다.




 지난 추석을 보내고 지인에게서 얻어온 밤으로 생각났던 밤 조림을 만들어봤다. 영화 속에서처럼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 손으로 한 알씩 밤 껍데기를 깎아서 끓여내고 정리하여 푹 조려 주니 제법 그럴싸한 밤 조림이 만들어졌다. 뭉그러진 알밤도 있고 잘 살려낸 알밤도 있었지만 모양이야 어떻든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었다. 여름도 오지 않은 지금, 제법 쌀랑한 바람이 불 때면 생각나는 간식이다. 다가오는 겨울에도 달콤한 밤 조림을 만들어 간식으로 저장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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