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엽을 닮은 백차의 은은함

TEA BOX - Ivory geranium blossom

by 마실궁리


주말에 근처 한적한 곳으로 드라이브를 갔는데요. 입동이 지나서 빨갛게, 노랗게 물들었던 낙엽들이 금세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아 마지막 가을을 붙잡으러 갔었어요. 나뭇가지 끝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던 낙엽들이 얕은 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지면서 낙엽비를 내리는 장관을 연출했는데요. 봄, 여름, 가을을 잘 견뎌낸 나무들의 멋진 피날레였어요.



주말에 본 낙엽들은 밟으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으스러질 정도로 건조했는데요. 아이보리 제라늄 블라썸 백차 잎도 가을 낙엽처럼 바스락 거렸어요. 이때껏 봤던 잎차들 중 제일 건조한 잎이었어요. 다른 잎차를 마실 때와 똑같은 양의 잎차를 담았는데 가벼워서인지 수북이 쌓였고요.



100도씨로 끓인 물을 한 김 식혀서 물 200ml, 잎차 2.5g을 넣고 5분 기다려요. 잎에 물에 닿자마자 향긋한 향기가 풍기는가 싶더니 어디서 맡아본 냄새가 나요. 목욕탕에 있는 건식 찜질방에 들어가면 나는 마르고 후덥한 냄새 같아요. 제라늄 꽃이랑 망고향, 장미향이 섞여있다고 쓰여있는데 언뜻언뜻 달콤한 향기와 장미향이 나기도 해요.


맑고 연한 연둣빛 수색을 띄는 차를 한 잔 마셔봐요. 부드럽고 매끄럽게 입 안에 머무는가 싶더니 꽃향기를 풍기고 목구멍으로 넘어가요. 수색으로 미루어 짐작해 맛이 깔끔하게 뚝 끊길 것 같았는데 아니에요. 한 모금 마시고도 꽃 향기와 함께 은근하게 입 주변을 감돌아요. 자칫 향이 더 진했다면 거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을 낙엽을 닮아 으스러지게 가냘파 보였던 마른 찻잎이 향기를 품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해요. 은은하게 간직한 향기를 맡으며 또 한 번 가을과 작별하는 티타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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