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 paris
우리 여행은 아이의 컨디션도 고려해야 했기에 간소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하루에 가고 싶은 목적지 한, 두 곳을 방문하고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신기하게도 파리의 유명지나 공원에는 가는 곳마다 회전목마가 있었다. 공원의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공간같이,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못 보고 지나치는 순간에 아이는 내 손을 잡아끌면서 다른 손의 짧고 통통한 검지 손가락을 펴 회전목마를 가리키며 '음마 음마' 했다. 아직 말이 트이지 않았던 아이의 최대 표현이었다.
이끌려 도착한 곳에는 보통 우리 같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를 둔 외국인 부모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아이의 유심한 눈길에 끌려온 듯 보였다.
아이는 말, 마차, 자동차, 비행기 등 좋아하는 탈것들이 달려있는 회전목마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우리는 회당 1유로를 내고 타는 이용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음마' 하며 가리키는 자동차에 앉혀주고 기구 밖으로 나와 펜스에 팔을 옆으로 펼쳐 기댔다. 타는 아이가 혼자여도 누구를 기다리는 시늉도 없이 회전목마는 거침없이 돌아갔다.
오르간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오고 기구가 회전하기 시작하면 아이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우리만 찾아 헤매던 아이의 눈이 어느새 자동차 핸들에 푹 빠져 요리 돌리고 조리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가끔 고개를 들어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다시 핸들을 만지작거렸다.
아이는 균형 있게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여유 있게 계획했다 생각했지만 관광지를 둘러봐야 한다는 압박과 낯선 곳에서의 긴장감에 여유를 놓치고 있던 우리와는 달랐다.
틈을 넓히고 우리의 여행은 한결 편해졌다. 아이의 낮잠시간이 겹치면 일정을 취소하고 같이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구글링 하지 않고 들어가 먹기도 했다. 그렇게 파리의 낭만을 가득 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