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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Nov 30. 2020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비행기처럼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2008년의 나는 그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을 어깨너머로 힘껏 던져 넣었다.

'다시 유럽 여행을 올 수 있게 해 주세요'

 로마로 다시 오게 해달라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물리적으로 먼 거리의 여행을 다시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동전을 던졌다.



 소원을 잊고 지내다가 딱 10년 만인 2018년에 다시 유럽을 가게 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와 내 주변은 많이 변해있었다. 철부지 대학생에서 아이를 둔 엄마로, 사서 고생했던 청춘들의 여행에서 어엿한 가족여행으로, 그렇게 두 번째 유럽을 만나게 되었다.



 여행에서 첫 설렘은 공항이다. 널찍한 자리를 구비한 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 새로 생겨 더 웅장하고 현대적인 공항,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커다란 트렁크를 여유롭게 굴리며 공항 라운지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모습. 예전의 나였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걷는 재미를 붙인 23개월 아이와 함께 간 공항은 탐험이었다. 아이는 좋아하는 바퀴가 달린 카트가 보이는 대로 졸졸 따라다녔다.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다가 알아서 뽀로로 캐릭터 놀이 공간을 찾아내 한참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멈춰 서서 투명하고 커다란 창 너머로 난생처음 본 비행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였다.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큰 비행기는 처음 본다는 듯한 (사실이지만) 동그래진 눈과 조금 벌어진 입이 놀라움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탔던 그때의 느낌을 아이도 느끼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난생처음 아이랑 가는 긴 여정이 기대되고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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