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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Jun 28. 2019

프리랜서가 생존하는 법 01

낭만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 노하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아놓은 돈 덕분에 실직 상태가 그리 무섭진 않았다. 우리 부부는 돈을 모았다고 해서 사고 싶은 걸 마구 지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모아둔 돈 덕분에 살짝 마음이 해이해져 있었다. 월 말에 카드 잔액을 다시 확인하면 할부가 빠져나간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돈이 빠져나가면 꽤 많다고 생각했던 돈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겠구나 싶다. 그래서 카드 값이 빠지고 나면 생존 해야한다는 마음을 다시 꽉 붙잡아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 남편과 달리 난 어느 것 하나 꾸준히 붙잡고 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전문성이 없다고 좌절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글을 쓰고 싶다면서 왜 자꾸 말만 하고 있냐던 남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오늘은 얼마나 썼을까, 가계부를 쓰고 있다.


회사를 들어가지 않는 이상 자발적 비정규직 상태다. 남편이 말하길 직장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차를 사기 위한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정된다. 게다가 매달 따박따박 통장에 자동적으로 숫자가 찍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제일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크롬 창에서 즐겨찾기를 열었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대학생 때 자주 들어갔던 공모전 사이트가 보여 접속해 본다. 예전엔 대학생 위주의 공모전이 대다수였다면 요즘엔 투잡을 허용해서인지 직장인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들도 상당수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공고를 찾다 보면 비슷한 주제에 관심이 있음을 내가 뭘 원하는지를 진짜 알게 된다.


1. '주제'와 '지원대상'을 살펴보자

공모전에서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건 '주제'와 '지원대상'이다. 지원대상이 맞지 않으면 지원하더라도 문서를 열어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꼭 확인하고 지원하자. 뒤이어 '나의 관심사'인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관심사가 아니라면 지원 기간까지 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나란 인간도 지원금이 많은 활동이라면 한 번 도전해보기 위해 일정에 기입해두는 편인데, 글 쓰는 활동과 연계되어 있지 않은 경우엔 마감 날까지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2. 문화예술로 밥 벌어먹고 살고 싶은 우리 '성실하자'

공모전 사이트 외에도 글과 음악, 미술과 같은 문화 예술로 먹고사는 청년들이라면 '청년 예술인'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알아보자.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지역별 문화재단 사이트에는 주기적으로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사이트를 체크하고 월요일 혹은 금요일에는 꼭 들어볼 것을 권유한다. 공고를 쭉 살펴보니 상반기 활동의 경우 1~2월 중에 모집을 많이 하고, 하반기 활동의 경우 4~5월이 모집 기간이었다. 특히 서울은 타 지역 문화예술 청년들에게도 활짝 문이 열려있는 편이다.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 서류까지 합격한 걸 보면. 서울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고마운 문구 덕분에 나 역시 예전에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면접까지 보고 왔다. 


하지만 공모를 신청한다고 해서 핑크빛 미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5명을 뽑는 자리에 수백 명의 기획서가 들어와 회사 입사 면접을 방불케 할 정도다. 취업을 경험하고 나서 새로운 환경인 문화예술인으로 도전하는 지금 느낄 수 있는 건, 우리 모두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에 놓여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실패했다고 울지 말자.


3. 실패에 '둔감'해지도록 노력해보자

그렇게 첫 서울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은 실패로 끝났다. 다행히 불합격에 대한 아픔에 둔감해졌다. 매 분기별로 100개 이상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수 십 개의 면접과 최종 면접의 아픔을 겪은 덕분이다. 열개의 눈이 내 눈에 꽂힐 때마다 정신을 잃지 않으며 머릿속에 끈 하나를 붙잡고 앞으로 나갔던 상황들은 나를 단련시켜주는 힘이 되었다. 실패에 둔감해야 또 다른 기회가 왔을 때 쉽게 지원할 수 있다. 정신을 놓고 맥을 못 추고 있으면 결국 내가 해 놓았던 모든 것을 보여줄 시간이 지나가고 만다.


내가 받았던 수많은 눈총들을 글자로 그리고 문장으로 옮겨 적고 싶었다. 지원받으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따로 글을 배워본 적도, 문예창작과도 아닌 나를 믿고 지원해 줄 곳은 있을 리가 만무했다. 생애 첫 지원 공모라는 이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간 주요 활동 실적과 주요 수상 수혜 내역이 필요하다는 지원 신청서는 나를 또 한 번 좌절하게 만들었다. 


가능할진 모르겠다. 그래도 도전하기로 한 거 의미 있는 작업에 동참하고 싶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청년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 그리고 그들이 근본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는 글을 쓰보고 싶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으면서 사회와 고립돼 있었고, 혼자만 남겨졌다는 생각에 힘들었던 때가 있다. 어두운 시기에 혼자 있을 그들을 위해 힘이 돼 주고 싶기에 꼭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 언젠가를 위해 오늘도 프리랜서로 생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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