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예지 Jul 16. 2019

책 읽는 사람은 위험하다

책 읽는 매력적인 사람을 모집합니다.

수 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걱정거리 중 하나는 독서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었을 당시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도 내겐 사치였다. 하지만 독서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정말 우린 읽지 않는 세대인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


책 대신 많은 걸 읽고 있다. 유튜브라는 영상으로 지식을 쌓기도 하고, 웹툰이나 웹소설로 영역은 확장되었다. 책이라는 아날로그 매체의 소외보다 다채로운 읽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새롭게 자극한다는 긍정적인 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서로 변주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소셜 미디어에 나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은 팬이 생겼다. 더 나아가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책으로 발전되기도 하는 진귀한 현상이 발생했다. 많이 읽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탄생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또 다른 예로 출판율은 급속 성장 중이다. 제약 없이 출판을 하고 책을 낼 수 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브랜딩 하여 나를 표출하는 사회다. 그만큼 개취(개인의 취향)를 존중해주는 사회적 특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렇게 읽는 방법이 변하고 또 다른 차원을 뛰어넘어 지식 생산자로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는 사치였던, 멍 때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던 사람들이 왜 스스로 지식 생산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것일까.


행복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나는 또 책을 읽는다.


우린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산다. 같은 시간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고 가끔 이른 퇴근을 해 집에 돌아와 맥주를 마신다. 일하면서 쏟아내 버린 지식을 다시 쌓아볼까 싶어 책을 읽지만 퇴근하고 나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탓에 활자는 둥둥 떠다니기 일쑤다. 똑같은 일상에 무기력해질 때쯤 뒤이어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원하는 삶이 뭐였지?", "어떻게 사는 게 맞는 삶이야"라는 질문을 하는 이들은 그 때부터 나의 가치를 찾고 싶은 것이다.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게 됐다. 설득의 기본적인 도구는 글이다. 상대 외에도 나를 잘 설득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읽는 작업과 글 쓰는 작업을 연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알면서도 스스로 읽고 쓰는 걸 하기엔 아직 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하고자 시도할지도 모른다. '독서모임' 커뮤니티의 부활은 이렇게 비자발적인 인간에게 강제성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 취향에 맞춰 나 역시 편협한 책 읽기에 머물러 있는 아주 단순한 인간이다. 이럴 때일수록 카프카가 <카프카의 편지>에서 말했던 책 읽기를 해야 할 시간이 당도했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다만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책을 읽어야 할 게야.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 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자네가 쓰는 식으로,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라고? 맙소사, 만약 책이라고는 전혀 없다면, 그 또한 우리는 정히 행복할 게야. 그렇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고통을 주는 재앙 같은,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누군가의 죽음 같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멀리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은, 자살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들이지.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새로운 것을 보고 들으며 성장하고 그를 통해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텍스트를 읽는 작업을 넘어서 '진정한' 읽기의 작업이 시작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진정한 읽기란 책 안에 글자로 쓰여있는 걸 그대로 읽어 내는 게 아닌 쓰여 있지 않은 '잠재적인' 의미도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읽어 냄과 동시에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연결할 수 있는 상상력이 기반된 읽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책 읽는 재미를 심어주겠다는 '작지만 큰 목표'를 가지고 이번 모임은 이번 주 금요일부터 진행된다. '책 읽을 위험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오늘도 책> 독서모임은 1기, 2기 그리고 3기로 매력적인 사람들로 가득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이미 올라온 공고를 보고 그냥 지나친 분들이 계시다면 후회하지 않도록 '시작해봅시다'


<오늘도 책> 독서모임은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위치: 인천 서구 cafe 가정집 (도시재생 W42 프로젝트, 정서진 중앙시장 내 위치)

인천 토박이로 살고 있는 내게,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천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거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한 두 번씩 마련해주면 또 다른 지역 거점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임 인원은 최소 4명에서 최대 6명으로 진행된다.

더 많은 인원을 받고 싶지만 모두 다 다른 발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모두 다 개인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각자의 질문을 한 개에서 두 개만 가져오도록 한다. 내가 자라온 환경과 영향을 토대로 질문의 방향이 제각각일 것으로 기대된다.


첫 책은 내게 의미 있었던 책을 가지고 온다.

책 모임인 만큼, 나를 드러내는 도구로 '책'을 활용하고자 한다. 책에서 내 삶에 질문했던 것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300자에서 400자 이내의 간단한 글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비용의 경우 문의가 있어 덧 남깁니다.

5만원의 비용은 4개월간 카페에서 공간 이용료 대신 받는 “음료값”이었습니다. 인천서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책값은 무료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시작하기 전 <오늘도 책>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1.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2. 내 삶에 영향을 끼친 책 한 권을 소개해주세요 (책 선정 파티)

3. 이 모임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독서모임을 필두로 8월 이내 모임원들과 함께 문화예술 페스티벌인 <거실 라이브, 가정집에서 만나요>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 독서모임이 함께 읽으며 웃고 웃었던 책을 함께 나누는 <오늘의 책, 이야기> 북 토크에 이어 모임장의 '북 큐레이션'도 계획돼 있다. 페스티벌인 만큼 아티스트가 빠질 수 없기에 '아티스트의 라이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만큼 위협적인 도구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될 <오늘의 책>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