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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Dec 20. 2019

소설을 썼다고요

참, 드디어 썼습니다

소설을 마무리한 건 지난 11월 10일 언저리였던 것 같다. 머리가 얼마나 빠졌는지도 모르겠고 떡진 머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그때. 사실 포기하라는 목소리가 심연에서 자꾸 나와서 정말 그만두고 싶었는데. 다 때려치우고 포기라고 선언하고 싶었던 목소리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를 앙다물었다. 입술이 부르트고 잇몸이 뻐근했다. 자주 만나는 엄마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못 쓰겠다고 말할 때마다 엄만 이 길, 저 길로 가이드를 줬다. 근데 신기한 게 회사는 그렇게 쉽게 때려치웠건만 쓰는 건 반대로 오기가 생겼다.


동네방네 선언했던 게 통했던 걸까


나의 소울메이트였던 십 년 지기 친구 두 명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서른이 오기 전에 꼭 책 한 권을 쓸 테야. 꼭!" 제주도에서부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나의 소울메이트 한 명은 잊고 있었던 그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 전했고, 뒤통수를 쾅하고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공표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게 그 말이 이뤄진다고 하던데 소울메이트에게 주술처럼 외우던 그 말을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니.


’생각해보면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의 속 뜻은 따로 있었다. 그들에게 저 말을 하자마자 나의 책 쓰기는 알게 모르게 시작되었다.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책은 쓰고 있는지, 글을 쓰려고 주제는 잡아 봤는지 면접관처럼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애정이 있는 그들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나에겐 부담이었다. 부채의식을 마음에 가득 안고 살아간 스물여덟 언저리가 되었을 때, 마음 깊숙이 놓아뒀던 책 쓰기에 대해 친구에게 말했다.


집 안에 있는 내 다이어리는 이제 '보물지도'다.

"나 작가가 되고 싶어. 하고 싶은 내 이야기가 많은데 과연 될 수 있을까?"


수 십 년 전과는 달리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을 곳은 널렸다는 게 친구의 해답이었다. 목표는 등단이었던 것 같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책 한 권을 써서 가까운 가족들에게 잘 쓰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였다. 한꺼번에 이룬 성공은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아닌데도 글을 쓰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혹은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와 닿기 때문이었다. 용기가 생겼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탓에 20대 동안 썼던 다이어리와 메모지는 딱 두 박스가 조금 넘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다른 방향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거였다.


인생은 거대한 레스토랑과 같다. 그리고 자기 선언은 레스토랑의 메뉴이다. 메뉴는 가능한 많은 것이 좋고, 주문을 하면 언젠가는 나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요리에 따라 완성되는 시간은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많이 주문해 두는 것이 좋다.  <꿈,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 중


기회를 찾아다니는 나는 하이에나


두려웠다. 무작정 쓴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아기가 첫 발을 내딛을 때까지 수많은 선행 과정이 필요하다. 영유아기의 운동발달 과정의 아이들에게 발바닥 간질이기부터 자극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몸을 뒤집을 수 있도록, 기어갈 수 있도록 나아가 설 수 있는 힘까지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지금껏 문예창작과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서 배가 아팠다. 글쓰기 운동발달 과정을 부모처럼 교수님들이 옆에서 상호작용하며 함께 도와줬다니.


얼굴도 모르는 부모 탓을 하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스스로 가상의 부모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한 발자국을 뗄 수 있게 도와줄 기관의 문도 두드렸다. 결국 이 아기의 뒤집음이 내심 기특하다고 여겼던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내가 기획한 이야기'에 대해서 인지도 도와주고 성공한 아기의 걸음마에 '힘을 주기도 했다.'


상 받았어요. 말하자마자 나의 아빠는 울먹거렸다.


상처 입은 사람은 남 모를 상처를 안다


상처는 상처가 있는 사람이 알아보는 법이다. 나의 상처와 비슷하게 청년들은 나름의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치유하는 법을 모르면 상처는 더 곯아가고 내상을 입게 된다.


쓰라린 속을 치료하는 데 책이 제격이었다. 책은 내 손을 잡고 미지의 세계로 데리고 가고, 지독한 현실을 잠시 동안 벗어나게 해 주는데 최고의 도구다. 강박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사람을 만나기보다 1년 동안 책을 이 곳 저곳 떠돌이 생활을 했다.


3일 차,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계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청년들의 상처를 상처투성이 책으로 치유하면 조금 더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금서는 말 그대로 금지된 서적이다. 시대의 주류 세력에 의해 읽으면 안 되는 책으로 지정된 것이다. 금서를 보며 청년들이 생각난 건 왜일까. 우리는 사회에서 아직 비주류다. 우리의 이야기는 다른 세대에게는 비상식적인 것 일수도 있고 너무 혁신적이라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금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사회 인식이라던지, 혹은 이상향적인 미래를 그려놓은 탓에 지배층이 우리의 눈을 가려 책을 보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금서를 읽으며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직접 만나볼 때가 아닌가 싶었다.




(아래에 텀블벅에 들어가시면 프로젝트 밀어주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텀블벅에는 올리지 않은 북 토크 계획을 상세하게 올리자면 이렇다.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본인 외에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 3, 4인을 함께 초청할 예정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청년 문제에 대한 이야기, 시시콜콜한 잡담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 금서에 대한 생각의 변화까지. 어느 자리에서도 나누지 못했던 연결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토 크는 3월 7일 혹은 14일로, 서울 중심부에 한 카페를 대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대규모 대관일지, 소규모 대관일지는 '펀딩' 규모에 따라 결정하는 걸로 해두기로.


참, 그래서 첫 책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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