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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Feb 02. 2023

무너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법

콘텐츠 탐험가의 일하기 (1)

매일 글을 쓴다. 브런치에는 올리지 않는 매우 사적인 글이다. 일기, 모닝페이지(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독서노트 같은 것들. 앞의 것들은 글쓰기 근육을 만들기 위한 개인적인 작업이라 부른다. 예전에는 습관처럼 작업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무엇부터 해야 하지 이런 고민이 들이닥치면서 최근 다시 요가를 시작하게 된 그 날이 떠올랐다.


큰 맘 먹고 반년치 요가학원 비용을 결제했다. 호기롭게 요가 매트에 올라섰을 때, '이쯤이야.'하고 낭패를 봤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차올라 다음 동작을 따라가기도 버거웠다. 이래뵈도 요가 강사 자격증도 따고, 6년 정도 요가 수련을 했는데. 어디 가서 요가 제대로 한다고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허리를 피고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다.



글쓰기도 똑같더라고


요가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똑같았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반년 정도 글쓰기에 손을 놓았더니 요가 매트에 올라갔을 때처럼 식은땀이 났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연필을 놓아버렸다. 요가처럼 학원에 가서 수업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글쓰기 기술보다 지금은 '꾸준히 쓰기'와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하얘진 화면처럼 내 머릿속도 하얘졌다.




작년 회고를 하면서 사색의 시간이 부족했던 이유에 대해 고민해봤다.


1.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지 못했다. 모든 일 연락에 매번 대처하면서 감정적으로 휩쓸렸다.

2. 고민의 깊이가 매우 표면적이었다. 고민을 하게 되면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심부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외면했다.


회고를 통해 위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불똥이 내가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가족들에게 튀었다. 일의 주도권이 나에게 없는 탓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자리가 매우 불편했다. 오히려 상대방이 나와 함께 있는 것을 더 불편해하는 게 보여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감정적으로 휩쓸리는 동기는 바로 '쓰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쓰기는 회고와 동일하다. "제대로 써내려 갈 수 없는 것은, 제대로 판단할 수도 없다."는 데카르트의 말이 정답이다. 내 일과 상황을 스스로를 납득하도록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현명하게 할 수 있었을까.


눈 앞에 있는 문제 해결에 급급했던 나머지 작년 한해의 목표를 잃어버렸다. 코앤텍스트를 조금 더 콘텐츠 친화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 고객들과 연결 고리를 더 많이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 같은 것들은 물거품이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까지 도달하는 방법


나에 대한 신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스스로의 답을 찾지 못한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문제에 직면했을 때 쉽게 해결할 힘이 생기지 않는다. 고민을 해결한다고 해도 또 다음 고민이 생기면 꽤 오랜 기간 고민을 하며 허둥지둥대기 마련이다. 


반대로 고민을 잘 하는 사람은 바로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들에게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도 문제 과정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다음 단계를 수행하는 힘이 있다. 실상 모든 문제의 답은 나에게 있다.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메모


집안 청소를 하면서 모셔두었던 기록물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몇 권의 노트는 버리지 못하고 엄마 집으로 보냈다. 그 때 나의 생각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예전만큼 필사적으로 메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제일 먼저 시작한 책은 바로 <메모의 마법>이다. 나를 움직인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내가 메모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생략) 우리 인생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본질적인 활동에 할애해야 하고자 함이다."



본질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쉴틈 없는 기록을 위한 메모. 그리고 기본적인 기록을 뛰어 넘은 메모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본질적인 활동 전에 일기쓰기, 모닝페이지 쓰기 등을 하고 있는데도 낮아져 있던 자신감이 회복되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삶의 태도 등을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문제의 본질에 찬찬히 다가가면 되는거지! 올해의 12월이 기대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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