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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Mar 23. 2023

동면하던 나의 마음을 깨운 건 요가

아침을 깨우는 한 문장

생각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따뜻하게 만물을 기르는 듯하여 무엇이든지 이런 사람을 만나면 살아나고, 마음이 모질고 각박한 사람은 차가운 눈이 만물을 얼게 하는 듯하여 무엇이든지 이런 사람을 만나면 죽느니라.

- <채근담> , 홍자성



올해도 역시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으리라 기대했던 지난해 이 날의 일기장을 펼쳤다. 가게를 연장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문장을 보면서 그날의 내가 참 기운차보였다.



점점 줄어가는 손님. 매일 가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우리의 목은 어느덧 길어져 있었다. 그렇게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작은 마을 안에 또 다른 카페가 생기고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 갔다. 신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새로운 곳으로 점점 떠나갔다.




불안한 마음과 내 거친 생각과 지쳐버린 몸



이게 반복되며 매일 근심 걱정을 밥 먹듯이 하고 있더라. 불안한 마음은 온갖 생각을 가지고 왔다. 불안한 상황이 반복되면 뇌가 위험신호를 감지하게 된단다. 그리고 체내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서 몸 전체에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체력 소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카페 생존을 고군분투하는 동안 몸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걸 느끼게 되었다. 이대로 가면 더 이상 몸이 못 버티겠다는 아우성을 들은 우리는 요가원에 가 호기롭게 매일 수련하기로 결정했다. (제일 비싼 회원권을 결제했다.)




처음에는 정말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엉망진창이 된 내 몸이 발악하고 있었다. 손목 터널 증후군, 허리 통증, 두통 등등. 내 몸이 종합병원이라 잔병치레를 자주 하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사실. 요가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정화작용 또한 해 주는 수련이었다. 오랜 기간 매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해 불안이라는 어깨의 짐을 수련 동안에는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요가원에 있는 한 시간 동안은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선생님의 구령, 나의 호흡 그리고 옷깃이 스치는 소리 같은 것들만 들리면 매트 안에서 오롯이 나의 세계가 구현되곤 한다.



요가하기 전에 일단 모든 소리를 차단해 본다. 방해금지 모드로 전환해 전화나 메신저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제어한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집중이 끊기게 되면 내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놓쳤던 나의 깊고 깊은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다



긴장의 끈을 끊어내자 미처 놓치고 있었던 많은 일들이 보였다.



무리하며 오프라인 공간까지 오픈한 건 순전히 '글'이라는 매개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식의 카페를 통해 글을 쓰고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좋은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호기심이다. 공간 안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 여러 노력을 했다.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비건 베이커리, 요가 프로그램 등등.  하지만 이것들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인가. 돌고 또 돌아 또 근원의 물음으로 다시 오게 됐다. 욕심을 버리기 시작하자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생각하게 되고, 꽁꽁 얼어붙어 있던 마음이 차츰 녹기 시작했다. 얼음의 크기가 한강의 면적만 했던 탓일까. 작년 9월 말에 시작한 요가의 반응이 1월 말쯤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차가운 마음은 생각도 시리게 만들었다. 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타인에게 화로 풀기도 했고, 모든 것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누군가의 실수도 그저 지나가는 것이겠거니 받아들여지고 나아가 얼굴도 평온해졌다는 이야기를 매일 듣는다.


공자가 말한 <덕유고 필유린>이라는 말이 있다. 덕을 갖추거나 덕망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 결국 내 마음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나의 따스함이 사람들을 녹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을 온전히 말할 수 있어 행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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