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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May 10. 2024

MZ세대에게 화난 이유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6년간 무려 7번의 이직.

다른 사람들보다 짧은 시간에 여러 차례 이직한 경험이 있다. 회사에 따라 머무른 기간이 각각 다르지만 나는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기러기처럼 회사를 떠돌아다녔을까. 5년간 독립노동자로 일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답은 조직문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한국의 조직문화는 꽤나 경직되어 있었다. 모두 다 아는 것처럼 위계질서는 디폴트값. 물론 이건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집단주의. 무조건 모두 함께 해야 하는 팀원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회식은 꼭 참여해야 했던 그날. 가부장적 리더십과 연고주의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의아했던 부분이 있다. 당시에 능력 있던 선배보다 한참 떨어지는 다른 선배가 먼저 승진하는 걸 확인했다. 이후에 팀원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학연, 지연, 혈연 같은 연고주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내 학벌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10년 전 난, 정말 사회에 불만이 많던 20대였다.



건강하게 일할 순 없을까?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문화는 점점 유연해지고 있다.



조금씩 더 평등해지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일단 사람을 호칭하는 언어부터가 달라졌다. 직급체계에서 벗어나 서로의 이름, 별칭을 부르며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일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와 시간적인 제약이 덜한 유연근무가 확대되었다. 업무 방식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화하면서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추세였다. 



그렇지만 약 1달 전부터 재택근무를 취소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회사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던 IT 업계(카카오, 네이버) 등은 사무실 출근이 기본이고, 특별한 경우에만 재택을 허용한다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 재택근무 줄어든다…“시행 기업 62% 일부 직원에 한해서만” , 한겨레, 옥기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던 한국에서 절반 이상이 여전히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 놀라운 일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문화가 점점 유연해지는 장점이 있다. 


우리 때에 비하면 평등해졌는데. 일하기 쉬워졌는데. 왜 이렇게 끈기들이 없어진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MZ 들의 행태. 그들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조직이 더욱 늘어난다. 반감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의 반목이 자연스러운 시대 현상으로 보인다. 



MZ세대로 불리는 게 욕이 된 이유가 따로 있을까?

우리에게 평생직장은 *없다



재택근무를 통해 비용절감의 효과를 누린 고용주들은 점점 더 다른 형태의 비용절감을 찾았다. 정규직 고용의 형태를 줄이고 계약직, 프리랜서 등으로 고용을 전환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결국 개인의 역량과 능력만이 남는 세상이 되었다. 더 이상 회사가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MZ세대는 평생직장 없이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연봉 등의 문제로 인해 결국 우리의 전 세대와 끊임없이 비교한다. 경제적 불안정성이 그들의 삶을 짓눌렀고 투잡, 쓰리잡에서 심지어 N잡까지 허용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진 요즘이다. 


ⓒ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이런 흐름에 따라, 일을 대하는 태도 또한 변화하기 마련이다. 태도 변화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삶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일에 몰두하기란 참 어렵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서는 여전히 MZ는 왜 그래! 라며 화내고 있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렇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구나!


고용주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있다. 점점 더 많은 인원이 우리 조직을 드나들게 될 것이다. 시대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회사의 조직문화를 전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나 역시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 근무했던 때가 있다. 짧은 시간 근무했지만 오래 기억이 남는 이유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속감을 느끼면서 나의 목표가 곧 회사의 목표가 되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고용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이 사실을 고용자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모두 한 팀이고, 함께 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건 바로 건강한 일을 원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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