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화하는 순간을 파악해보기로 하자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고, 먹고살 길은 있는지 막막한 마음이 들길 수십 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똑같이 10년 후에 하고 있을지 묻는다면 절대 아닐 거라며 확신에 차서 답한다. 분명 가게를 오픈할 때는 5년이고 10년이고 지속할 수 있는 가게를 하자고 다짐했었건만, 꾸역꾸역 3년을 채우고 마무리하자 모든 일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계는 더욱 빠르게 불확실해진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탓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VUCA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는지. 나 역시 신조어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87년에 미국 육군 전쟁대학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였다고 한다. V는 '불안정성'인 Volatility로,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U는 Uncertainty로, 미래의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며, Complexity는 '복잡함' 그리고 A는 Ambiguity로 모호성을 의미한다. 예나 지금이나 그 시대에는 엄청난 속도라고 느끼지만, 정작 역사적으로 돌아보면 비슷하다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많은 일자리가 AI로 대체되고 있다는 게 체감이 될 정도로 채용 시장은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얼어붙은 부분은 디자인 부분. 프롬프트를 잘 쓰기만 하면 일러스트 외에도 사진 등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 인건비를 제일 먼저 줄이고 있다. 일자리를 뺏기거나, 뺏길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허무주의에 빠진다.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성취해도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막막할 뿐이다.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를 본인의 뇌로 연산해 버리는 AI라는 존재는 이미 우리에게 무기력감을 심어준 지 오래다. 결국 나는 대체되려나 생각하다가,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한번 이 친구를 제대로 길들여주기로.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라는 대중가요처럼 말한 철학자가 있다. 영원한 것은 단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는 지금 이 상황을 미리 그려본 것처럼 예측했다. 정지해 있으면 안 되고, 정지해 있는 존재는 곧 죽은 존재로 본 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는 사실을. 같은 시냇물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 언제나 새로운 물이 당신에게 흘러내려오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빠른 변화에 대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세상에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아무것도 한결같은 존재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기술적인 변화도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다.
세상은 '영원히 흐르고 있다.'
변화로 인해 불확실하다고 해도 괜찮다. 대립과 투쟁 속에서도 만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로고스'가 있다. 모든 인간은 사유하는 동물이다. 사유를 통하여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거기서 우리는 만물의 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 조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법칙이 바로 '로고스'다.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존의 것을 통해서 변화를 관찰하고 변화의 규칙성을 찾아나갈 방법을 고민해 보자. 여기서 우리는 다시 역사적인 사건을 파악해 보면 된다. 인터넷이 나타났을 때, 스마트폰이 나타났을 때 어떤 기회를 잡았는지. 규칙을 찾아보자는 거다.
삶과 죽음, 전쟁과 평과, 불과 물. 이 것들은 공통적으로 반대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가 존재해야만 우리는 세상을 살 수 있다. 다시 돌아보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화를 위한 과정이라는 점. 즉 변화를 통해서 대립하고 조화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된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살던 기원전 500년경은 자연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던 시기다. 우주 근원에 대한 탐구가 활발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의 원리를 '불'이라면서 어떤 것을 움직이는 힘에 주목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로 보았다. 이 들의 영향을 받은 아리스토텔레스는 4원소를 주장하였다. 또한, 아테네에서 세계 최초 민주주의를 수립한 시기이기도 하다.
파란만장한 시대에 살았던만큼, 그는 변화를 필연적으로 '받아들였다.' 세계 최초 민주주의가 탄생하던 시기에서 살았던 만큼, 반대 세력이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던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한 것이다. 그는 '지혜'를 인간의 상태가 주로 갈등, 즉 반대 세력이 모여 벌어지는 것으로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AI는 인간의 지식과 능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도구다. 2000년대부터 인터넷이 나타나 전 세계를 이어주면서 새로운 질서가 나타났고, 뒤이어 2000년대 후반쯔음에는 스마트폰을 하나둘씩 들고 나디면서 시공간에 상관없이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사건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로고스'를 파악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코딩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내가 홈페이지를 제작하겠다고 몇 날며칠을 끙끙 노코드를 공부하고 있다. 모든 게 AI 덕분이긴 하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프롬프트를 정리해 가면서 홈페이지를 제작해보고 있는데, 기회를 준 건 AI라서 고마울 뿐이다.
참고도서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 호모 루덴스를 위한 철학사>, 정낙림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 박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