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갈길이 멀었다."
집을 떠난 지 꼬박 24시간 만에, 발리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가까운 꾸타의 저렴한 레지던스 호텔에서 꿀잠을 자고 다음날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은 환전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우붓으로 이동하는 일만 하면 된다. 여행에선 가야 할 곳을 정하고 어떻게 이동을 할지, 그리고 무엇을 먹을지만 생각한다. 다음 달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얼마를 벌어야 생활이 유지가 되나 따위의 현실적인 생각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얼마 전에 재미있게 본 스페인 하숙에서 순례자 길을 걷는 한 청년이 이런 말을 했지.
나는 하루 종일 걷고 저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아요.
그렇지.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를 것이지만,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별 것 없는 하루. 그것에 나는 만족과 행복감을 느낀다. 자연 속을 충분히 걷는다면 특별한 것 없는 저녁식사라도 좋다. 좋은 사람이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현실에선 불쾌하고 불편한 사람들 속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딱딱한 건물 숲에서 출퇴근을 하고 겨우 배달음식에 배 불리는 일이 반복된다. 나이가 들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기보다는 싫어하는 것을 많이 발견한다.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피하다 보면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그래서 출퇴근을 없앴고 빌라보단 주택을 선택해 매일 밤낮으로 나무를 볼 수 있고, 거실에 문을 열면 1초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곳으로 이사했다. 동기부여가 생기고 긍정 에너지가 전염되는 동거녀와 함께 자주 음식을 같이 만들어 저녁을 먹는다. 이보다 행복한 삶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인지 요즘 삶에 불만족이 줄었고 꽤나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만년 여행초보의 맛집 찾기 팁!"
가방을 잠시 맡기고 숙소 근처 환전소로 가서 달러에서 루피아로 환전했다. 낮에는 여기도 꽤 뜨겁다. 습도는 꽤 높지 않지만 근처를 걸어 다녔더니 인중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환전 소에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해 환전을 하는 동안 짧게 구글링을 했다. 자주 애용하고 있는 맛집 찾기는 구글맵을 활용한다. 구글맵에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서 별점이 높은 식당을 찾는다. 네이버 블로그 후기는 이용하지 않는 편인데, 네이버 블로그에서 후기를 보고 찾아가면 보통 한국인이 너무 많고 만약 맛이 없으면 누군가를 원망하게 된다. 대체로 한국사람의 입맛에 잘 맞기는 할 테지만, 글로벌하게 인기 있는 식당이나 스폿을 찾는다면 구글맵을 활용하면 좋다. 치밀하게 맛집을 계획하는 타입의 여행자가 아니라면 추천하는 방법! 그래서 나도 다음 여행자들을 위해 방문했던 식당이나 좋은 곳은 꼭 별점과 후기를 구글맵에 기록한다.
후기와 별점이 가장 높은 타코 집으로 갔다. 내부는 아주 작지만 열명 남 짓은 앉을 수 있게 잘 구성해놓았다. 메뉴는 돼지고기, 새우, 치킨, 계란이나 야채처럼 채식메뉴들도 있고, 2개, 3개를 시킬 때마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해지는 것 같다. 나는 치킨과 감자 오믈렛 타코를 2개 시켰다. 헐? 맛있잖아... 역시 구글맵 별점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아직까지 루피아 화폐에 익숙하지 않아 돈을 촤르르 펼쳐놓고 사장님이 골라가게 했다. 계산하기 힘들 땐 이 방법이 최고지만 이 동네에선 가끔 편의점에서도 사기를 친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다. (어차피 사기 쳐도 모르는 게 함정)
"만년 여행초보의 교통수단 팁!"
여행에선 교통수단이 꽤나 중요하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나라에선 그 나라의 대중교통을 알아야 하고, 자전거나 바이크 같은 짧은 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필요한 나라도 있다. 혹은 그마저도 할 수 없고 무조건 가이드 차량을 이용해야 하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나라도 있었다. 개인택시만 이용하는 경우에는 위험한 상황이 종종 있다고 한다. 특히나 필리핀의 경우에 택시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아 보통은 경찰이나 호텔에서 케어해주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사방이 오픈이 되어있는 트라이시클도 가장 저렴하고 편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 개념인 우버나 그랩이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선 어플을 이용하면 안전하고 편안하고 좋다. 서두가 길었는데 아무튼 여기 발리는 클록이라는 브랜드를 애용하는 듯하는데 우붓에는 규제 때문에 우버나 클록이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택시기사님들이 카카오 카풀서비스를 반대했던 것처럼 우붓 택시 연합에서 반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발리 현지에서는 가장 안전하다는 국영기업 블루버드를 이용하면 되는데, 애플리케이션으로 픽업장소와 내리는 곳을 입력하고 부킹을 하면 5분 안으로 택시가 온다.
숙소로 택시를 부르고 기다렸는데 드라이버가 전화로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하길래, 숙소 호스트를 바꿔주어 잘 해결했다. 미리 팁을 주길 잘했어 : )
"36시간 만에 도착한 우붓"
무려 36시간 만에 우붓에 도착했다. airbnb호스트에게 숙소 주소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자꾸 엉뚱한 주소만 보내주면서 그 집 뒷길에 있다고 하는데, "뒷길인 건 알겠으니 주소를 보내달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해도 자꾸 못 찾으면 전화를 하란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숙소를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 초조한 마음으로 1시간이 지나고, 택시기사가 내려준 곳에서 한 남자가 어딜 찾느냐고 묻는다. Rumah Tropis! 외쳤더니 골목으로 들어가란다. 으잉? 좁디좁은 골목을 100미터쯤 걸어 들어가니,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찬 예쁜 방갈로가 나왔다. 호스트 Made는 환하게 웃으며 도연? 이라며 나를 반겼다. 낯선 곳에서 내 이름을 듣는 따뜻함이라니, 이런 기분을 더러 안도감이라고 하는 거겠지? 역시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여행을 떠났을 때엔 걱정보단 실행이 우선이다. 부딪혀 보고, 그리고 해결방법을 찾으면 된다. 걱정은 사치다. 여행의 희열을 갉아먹는 사치.
어떻게 적재적소에 필요한 누군가가 짠하고 나타나 '이 골목이 맞아.'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걸까? 인생의 타이밍이란 이런 건지. 요즘은 어쩐지 영화 '트루먼쇼'처럼 내 인생이 누군가의 조작으로 인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음모?) 내가 버스를 타면 비가 세차게 내리고 우산을 펼치면서 버스에서 내렸더니 비가 거짓말처럼 그쳐버린다. 이런 일이 요즘 들어 자주 일어나고 있어 아무래도 신이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얘는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할 아이야, 돈벼락 이런 건 안 해줘도 돼. 그러니 자주 작은 행운을 쏟아부어줘.
긴 이동과 걱정 탓에 피곤해진 몸은 널찍한 침대 위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서너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저녁, 맥주를 곁들여 근처 식당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그리고 우붓 중심가를 산책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노곤 노곤하다. 어쩐지 사진 속 맥주 한 병이 외로워 보인다. 내가 외로운 건 아니고, 맥주를 한병 더 먹을걸 그랬다.
밤마다 비가 새 차 게 내리는 우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