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가을에 결혼하면 좋겠네."
"그렇게나 빨리?"
"너는 노산이니 올해 임신을 해야지"
"이제 겨우 사귀기 시작한 거야 오버 좀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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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네가 또 경솔하게 당장 결혼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야"
"왜?"
"사람 잘 알아보고 만나야 하는데 덥석 좋다고 결혼한다고 난리 칠까 봐.
"너는 심지어 변덕이 심해서 또 금세 싫어질 수도 있단 말이야. 일 년은 진득이 만나보고 결정해 알겠지?"
"언제는 노산이라서 가을에 결혼하라며."
"그야... 늦었으니까... 결혼을 목적으로 진지하게 만나보란 그 말이었지."
"사람을 잘 알아보고 괜찮은 사람이면 결혼을 생각해야 되는 거 아냐? 덥석 결혼 생각하지 말라며. 모순이야."
"무슨 소리야 만날 때부터 결혼을 생각하고 진지하게 만나야지."
"아니, 난 아직 결혼 생각 없어. 만나보고 좋으면 결혼 생각할래. 예전처럼 경솔해지지 말라더니.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그야... 네가 노산이니까..."
모든 얘기는 노산으로 끝난다. 서른여섯. 노산의 시작이라는 나이에 다다르니 연애, 사랑, 감정보다도 '결혼', '노산'이라는 말이 먼저 따라온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니? 말은 따뜻하게 하니? 데이트를 할 때는 주로 뭘 하니?'가 아니라 '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니, 결혼 생각은, 아이는, 모아놓은 돈은...' 같은 질문을 받고 나면 역시나 연애를 하는 게 아니었어라는 삐뚤어진 생각마저 들어온다. 이 모든 질문과 불쾌한 감정이 '서른여섯'이나 먹어서. 여자로서 많은 나이라서 인 것도 더더욱 싫다.
내겐 사랑이 먼저다.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싶고, 함께 일어나 그 사람의 눈곱을 떼어주고 싶다. 매일 같은 식탁에서 직접 지어 만든 밥을 나눠먹고 싶고, 신발장에 나란히 신발을 벗어두고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결혼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방식이 꼭 결혼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서른여섯이 된 지금의 내가, 너무 좋다. 사십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사랑은 나이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
연애든 이별이든 결혼이든 이혼이든 사람의 삶은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마음을 백번 천 번을 먹어도 안 되는 게 역시나 사람의 인연이더라.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