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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Apr 30. 2020

완벽한 하루, 치앙마이 2018


눈을 뜨니 태국이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한번의 뒤척임 없이 내리 10시간을 숙면했다. 예약한 숙소는 전체 객실수가 10개를 넘지 않는 단층의 작은 호텔이다. 숙소를 정할때 고려한 것은 한 가지였다. "머무르고 싶은 곳" 아무래도 이번 여행 내내 호텔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게 될 것 같다. 오전 조식을 먹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태국까지 와서 무슨 일을 하니? 할 수도 있지만, 태국에서 일을 하니 정말 좋았다. 이런 환경이라면 매일 일을 해도 좋을 것만 같았다. 


더운데 수영이나 좀 하다 일할까?


.


.



일을 하다가도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코코넛을 마시고, 그러다 또 뜨거운 햇볕 아래 누워 몸을 말리고. 이런게 누구나 꿈꾸는 삶 같은거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자꾸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거고. 첫번째 시안작업을 끝낸 후 책을 펼쳐들었다. 서너시쯤 되었을까, 맥주를 마시며 수영을 하고, 배고픈 줄 모르고 나른하게 널부러져 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의 최장점 중 하나가, 1분 거리에 태국스러운(?) 식당이 있다는 점. 너무나도 태국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국적인 맛과 음악이 하나되어 '여행'을 떠나온 것이 살갗으로 느껴졌다. 







나는 고수라는 것의 맛을 천천히 느껴보았고
똠양꿍의 맛을 선입견 없이 맛보려 노력했다.

물가가 저렴한 덕분에 
음식을 종류별로 주문했고 선입견을 빼고 음식을 접하니 한가지 한가지 모두 다 특색있고 맛있었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 이라는 기준은, 이국적이거나 새로운 음식이 아닌, 익숙한 맛, 좋아하는 식재료로 만든 한그릇 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다양한 음식을 폭넓게 접해보지 못했다. (맛알못) 이렇게 쓰다보면 나라는 인간의 "예전"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한심스러운 느낌이다. 새로운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젊음 빼곤 '멋'이란 게 정말 없는 청춘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 선입견 속에 살던, 늘 하던 것 먹던 것,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어린애 였다. 어쨋든 그 선입견이란 것을 덜어내고 나니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라. 쌀은 이래야해! 라는 생각을 버리니 태국의 쌀도 고슬고슬하니 맛이 있었고, 빨간 국물이란 이런 맛이어야해! 라는 상상을 떠올리지 않으니 시큼한 맛, 담백한 맛, 고수의 맛 같은 것도 진한 사골육수 같은 깊음이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치앙마이에서의 첫 노을이다. 손톱달이 노을지는 하늘에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해줬다.



감기기운이 계속 있어 마사지를 받고 먼저 숙소로 돌아가겠노라 말했다. 한국에서도 여행에서도 무리하지 않는 편이라 - 여행이라고 해서 늦게 까지 놀고 - 과음을 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혼자 숙소로 걸어오는 동안 강 주변으로 걸으며 더운 공기와 조금은 매연과 소음을 느꼈다. 그리고 디자인팀 친구들에게 카톡을 하나 보냈다.

"아 시바 존나 행복해..."
욕을 아직 못끊었다.


숙소로 돌아와 글을 조금 썻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 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주제가 늘 있었다. 인생의 도전이나 자아발견 같은 이유들도 있었다. 나와 대화를 조금 해본 사람들은 말한다. "너는 생각이 너무 많은게 아니니?".. 맞다. 생각이 너무 많다. 필요없는 생각도 하고 해야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런 내가 좋다가도 피곤하다. 그래서 이번여행은 주제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매일 무슨 고민들과 생각들이 그리도 많은지, 이번 여행에선 그냥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고 잊혀지는대로 잊어보기로 한다.

내키는 데로, 사는거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수영을 하고, 책을 보고, 맥주를 마시고, 타이푸드를 먹고, 마사지를 받았다.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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