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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May 12. 2020

그놈은 그놈이 아니다.

"연애, 다시 배우기"


가끔씩 연애에 피로감을 느낄 때면 몇 년이고 연애를 쉬곤 했다. 그때마다 "연애 안 해?" 하고 묻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그놈이 그놈이야."

이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이었는지 새로운 연애를 하면서 깨닫는다.


'친구들과 술만 마신다고 하면 연락이 안돼.'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더라니까.' '나보다 늘 친구가 우선인 사람이었어.' '우연히 핸드폰을 봤더니 X여자 친구와 연락을 하고 있더라.ㅅㅂ' '왜 꼭 전 남친들은 나랑 헤어지면 내 지인이랑 사귀는 거야?'


 수없이 듣고, 또 겪었던 지난 연애들의 트라우마들. 나에게 연애란 매번 이런 식이다.

'환상에 빠져서 실컷 좋아해 버리고 나면 상대는 시들해져 버리고, 변해버린 상대에게 애 태우고 속 끓이고 속상하고 서운해하다가 결국엔 끝나버리는 것' 

서른여섯에 시작한 연애. 연애 일주일이 채 되지 않던 어느 하루, 오후 6시까지 연락이 되지 않던 그. 카톡을 여러 번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종종 겪었던 잠수 이별을 당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또 잠수 이별을 당해버린 걸까 고뇌하던 때, 늦잠을 늘어지게 잔 '그'에게 연락이 왔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오후 6시까지 잠을 잘 수 있어? 하지만 만남을 이어가다 보니 알게 되었다. 그는 쉬는 날엔 12시간을 넘게 늦잠을 자버리는 그런 사람인 것을. 그놈은 그놈이 아니었다. '남자는 다 똑같다'는 말이 '연인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내가 못 박아둔 형태 이외의 행동들을 나쁜 놈으로 치부해버린 것은 아닐까.


지금 내 곁에 있는 '그'는 예전에 잠수를 탔던 '그 새끼'가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연애가 편안해졌다.

그와 내가 다른 시간과 환경에서 살아온 점을 받아들이고 타협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차피 나쁜 연애는 어떤 식으로든 수면 위로 문제가 떠오를 것이며, 끝이 날 것이다. 예전에 받았던 상처나 트라우마 때문에 '이 남자도 똑같을 거야'라는 의심과 불안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한다. 당신 옆에 있는 그놈은 그놈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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