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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May 23. 2020

치앙마이의 불타는 토요일


사원에 가서 마음을 쏟고 왔더니 급격히 피곤이 몰려왔다. 숙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오늘은 클럽을 갈 예정이다! 님만 해민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고 했으며 (현지인들에게) 치앙마이에서 가장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Warmup으로 향했다.


음악도 좋고, 젊음도 좋다.
세계 어디를 가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은 뜨겁고 아름답다.



나는 25살 때부터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다녔다. 그곳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국내 공연을 만들고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회사였다. 회사는 유명 강남 클럽 여럿을 운영하고 있었고, 강남권에서 난다 긴다 하는 디제이들을 대거 데리고 있는 기획사였다. 어디 클럽 가서 그 회사의 이름을 대면 어깨가 으쓱할 만큼 회사의 맨파워도 좋았고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하는 흥이 폭발하는 회사였다. 중도에 잠시 하차하는 일도 있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서른한 살까지 회사를 다녔고, 나는 의무적으로라도 클럽을 다니고 페스티벌과 공연을 꾸준히 다녀야만 했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은 어떤 건지, electronic이라는 음악이 무엇인지, 여기서 등장하는 악기 소리는 뭔지, 비트를 왜 이렇게 쪼개 놓았는지 같은, 공부를 하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많은 류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많은 아티스트의 공연을 라이브로 보고 즐겼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이름이나 제목 등을 줄줄 외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을 때면 90프로가 아는 음악이라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edm 뿐 아니라 클래식 팝이나 락도 즐겨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해외 아티스트라면?
뭐 너무 많지만... 스티비 원더의 음악은 내가 죽을 때까지 들을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음악과 클럽, 나이트 문화에 익숙하다. 반대로 익숙하니까 짜릿하거나 흥분되지도 않는다. 그냥 편안하다. 그뿐이다.






친구는 클럽에서 눈치 보지 않고 몸을 흔들어 대는 내가 어느 정도 부럽다고 했다. 이렇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신나 하는 네 모습이 진짜 네 모습 같다며. 하나도 어색해 보이지 않아서 좋겠다고 한다.
내향적 성향을 가진 외향형의 사람인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은 내가 되고 싶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고, 어쩌면 가장 편안한 시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조금은 시끄럽고 사람들에 둘러 쌓이고 흥이 날 때 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본다. 어색하지 않은 내 모습에 대해서 우린 새벽까지 이야길 나누다 잠들었다.

우린 삼십 대의 중반이 되었다. 2018년도는 정말 십팔 년도 스럽게 시작했고, 우린 지금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우린 가장 나다운 우리 모습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대엔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부러운 삶, 이상적인 것을 꿈꾸며 살았다면, 서른의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우리는 나를 정확히 알아야겠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극복 못하는 것들, 단점들, 그리고 장점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쳐지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바꾸거나 끼워 맞추려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 조금 편안하게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찌됏건 흥은 많지만 체력이 저질인 서른넷의 난 이제 클럽은 지긋지긋하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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