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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un 06. 2020

바람은 불치병일까?

"연애, 다시 배우기"



 부부의 세계를 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신의를 저버릴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는 내가 두려워졌다.


 스물한 살, 첫사랑이었다. 남자 친구가 군대에 간 동안 바람을 피웠다. 2005년, 군대에 입대하면 백일 동안 전화도 한 통 할 수 없고, 편지만 주고받을 수가 있었다. 당시 알바를 함께 하던 남자 사람 친구가 오래 사귄 남자 친구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대시를 해왔고, (이놈은 샹놈) 나는 그의 대시를 거절하지 못했다. (나도 샹년) 정식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매일 그와 데이트를 즐겼다. 그러다 남자 친구가 100일 휴가를 나왔고, 남자 친구는 내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면서도 군에서 꽃을 보내고 선물을 보내면서 마음을 돌리는데 애를썻고, 그의 노력은 성공해서 고무신을 벗지는 않았다.


 15년이나 지난 퀘퀘 묵은 경험담을 늘어놓는 건 바람을 피우는 일을 정당화 하자는 것이 아니다. 외도를 혐오하는 지금의 나 역시, 과거에는 사람의 공백을 사람으로 채우려 하는 경솔의 아이콘이었다.

 연인에게 내 세상 전부를 내어주는 일은 이래서 위험하다. 누군가에게 전부를 의존하기 시작하면, 어쩌다 생기게 되는 마음의 공백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으로 채우려 한다. (저자의 에세이에도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하림은 사랑이 다른 사람으로 잊힌다고 했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중요한 건 내 안을 나 자신으로 가득 채우는 일이다. 어느 때고 불쑥 외로움이 찾아올 때에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지 않도록. 그리고 내 상처를 덮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그렇기에 스스로 충만한 일상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하며,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치료해야 한다. 불치병이란 없다. 제대로 잘 치료하면 된다. 친구, 연인, 부모도 해줄 수 없고 다름 아닌 내가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연인의 바람기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여, 마음이 병든 사람 말고 정상인을 만나자.

그리고 나 역시, 마음이 병든 시기에 만나, 나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영혼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올려봅니다.

- 완치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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