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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un 23. 2020

단순하게 살고 싶다

연남동에서 파나마로

채리에게


벌써 답장을 받은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네, 이번 한주도 지독히도 바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말이야. 코로나 때문에 일이 없어서 허덕이던 때가 엊그젠데, 일이란 많아도 괴롭고 없어도 괴로운 거 같아. 어제 새벽 4시까지 작업을 하면서 생각했어.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이 최고구나' 하고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적게 벌고 싶다고 적게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많이 벌고 싶다고 해서 많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야. 참 인생, 내 뜻대로 안 된다. 뭐 그렇기에 재밌는 인생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육아를 하면서 욱! 하는 일은 아마도 앞으로 수백 번, 수천번은 더 겪어야 할 일이겠지? 그래도 너무 죄책감을 가지진 말아. 얼마나 아이를 잘 기르는 일보다, 부모가 행복한 일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이란 말도 있잖아. 네 행복을 항상 최우선에 두었으면 좋겠어 :) 


너의 출산 장려를 뒤집는 의견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네가 아무리 출산을 장려해도 난 흔들리지 않았어. 그저 두렵다고만 생각했던 마음이 이젠 '역시나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란 생각으로 굳혀지고 있는 와중이야.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첫 번째로는 육아를 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도 나는 프리랜서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나는 아이가 있는 환경에서는 집중이 안돼서 일을 할 수가 없어. 분위기가 깨지거든. 언니네 집에 가서 조카들이 소꿉장난을 하는 걸 바라보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자면 괴리감이 너무 커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더 많이 벌어야 하는 행위가 힘들어지겠지? 그리고 두 번째로는 몸이 묶인다는 점이야. 아무래도 아이가 있으면 아이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찾을 테고, 아이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를 선택해야겠지. 하지만 그 또한 짐도 많고 불편해서 아마 아무 데도 가지 말자하고 집에나 처박혀 있을게 뻔해.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울 때도 여행을 마음대로 못 가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내 핏줄을 놓고 혼자 제주도라도 맘 편히 못 갈 테니 말이야. 막상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이 모든 일이 별 것 아닌 채로 감수하며 또 다른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테지만, 지금 현재 내 마음은 감수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아무래도 어제 야근한 탓ㅋ)


내일까지 수정된 시놉시스를 어디 보내기로 했는데, 지난주에 너무 까여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먹고사는 일에 치여서 한 글자도 못쓴 상태라 멘털이 건강하지가 못해. 다음번엔 내가 새로 쓰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서울은 내일부터 장마라고 하네, 비가 많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참, 다이어트를 두 달 정도 했고, 몸무게 앞자리 수 변화가 생겼어. '연애를 해서'라는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남자 친구도 요즘 운동에 빠져서 체지방을 6킬로나 뺏거든. 나는 주로 닭가슴살이나 계란, 두유 같은 걸 먹어. 몸무게 앞자리수 변화를 확인한 후론 하루 한끼는 현미밥을 먹기로 했어. (유난 오졌음) 가끔 피부과에 가서 리프팅을 했거든? 살을 빼고 나니까 리프팅이 필요 없네.. 턱살 실종됨... 까르르.. 그러니까 오늘은 기분 좋아서 보상으로 라면을 먹을 거야 :)


채리도 오늘은 육아에 지친 자신에게 보상으로 좋은 책을 읽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하루를 보내길! 




ps. 안 바쁠 때 답장 좀

연남동에서 도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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