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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Aug 04. 2020

취미는 사랑, 특기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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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다양한 매체에서 '나 혼자 산다', '혼밥&혼술', '비혼', '탈연애'와 같은 콘텐츠가 많이 생겨났다. 그 흔한 사랑노래마저 찾기 힘든 요즘, 같이함께 보다는 답게 혼자서,  살아가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모양이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나답게 살며, 세상의 부조리에 순응하지 않으며 내 갈길을 가기 시작한 사람들. 이런 변화가 반갑고 든든해지는 한편, 저 꼿꼿한 의지들이 행여나 부러질세라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곧추세운 마음들이 부러지지 않도록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건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하기에.


서울에선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더라 하는 누구 말처럼, 서울 생활 10년 동안 깍쟁이들에게 뒤통수를 갈굼 당하는 일이 잦았다. 빈틈없이 이어진 연애는 매번 상처로 종결이 났고, 이십 대와 삼십 대의 모호한 경계선에서는 '에라이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몸과 마음을 하찮게 여기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너털너털 해져버린 나는 문득 "나는 누구인가? 나 다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세상에서 홀로 되어 보기로 했다. 그때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선 산속에 머리 밀고 들어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야지만 그 대답이 들릴 거라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상처 받고, 상처 주지 않으며 살고 싶다고. 혼자서 아무도 모르는 바닷가 마을로 내려가 1년 여를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메여있던 관계 속에서 해방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제외당했다. 당분간 만날 일 없는 서로를 언팔로우하며 온라인에서 마저 관계 속에서 이탈했다. 


그렇게 해서 '나 다운 것'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해답을 찾기는커녕 늘 외로웠다. 남들은 귀농을 하고도 잘 적응하는 것 같고, (당시 제주에 내려가는 것이 붐이었지) 혼자서도 훌훌 자유롭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했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이 고독을 즐겨야 한다고 자위했지만, 고독감에 중독되어 술을 마시거나, 현실도피의 방법으로 책과 여행에 빠져 살며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강아지에게 혼잣말을 하며 지냈다. 오고 가는 게스트도, 그 동네에서 사귀었던 친구들도 몇 있었지만, 관계가 싫어 떠나온 마당에 마음 편히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2년을 못 넘기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로 다시 돌아오며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나다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 혼자서 '잘'살아야지만 되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타인을 통해서 나를 발견하고, 인정받음으로써 성장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또다시 상처 받고, 상처 준대도 사랑하고 싶다고, 나는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소스라치게 깨달아버렸다. 그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취미는 사랑'이라는. 


이제는 사랑으로, 사람으로 소란스러워지는 마음을 잘 다스리고 다독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랑이란 것이, 나를 번아웃에 빠져 세상에서 도망쳐버리고 싶은 순간을 만들지 않도록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이 1인분의 삶을 추구하는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는 촌스럽고 진부한 이야기가 될지언정, 나는 여전히 우리들의 촌스러운 마음 한 구석들을 믿는다. 


결국, 우리는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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