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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Aug 10. 2020

역사보다 미래를 사랑하라

“연애, 다시 배우기”



 연애를 할 때 과거는 얼마나 중요한 걸까? 그 사람의 생김새, 말투, 습관까지 고스란히 그가 지내온 세월이 흔적으로 남아 그를 만들었겠지.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과거는 오히려 오해가 쌓이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일이 많았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말이다.


 20대엔 과거를 꽤나 중요시했다. 전 여친의 흔적이 남친의 핸드폰이나 미니홈피를 통해서 눈에 띄기라도 하는 날엔 몇 날 며칠을 잠을 못 자고 분개해했다. 실체가 없는 과거와 싸우는 나. (물론 어릴 적엔 그놈의 전여친과 몰래 연락을 하거나, 만나는 걸 목격했기 때문에 더더욱 과거에 집착하는 병이 생기기도 했었지.) 그런데 삼십 대가 된 나는 이제, 상대의 과거가 아닌 나의 과거와 내가 싸운다. 나를 괴롭게 했던 객관적으로 나빴던 이들과의 연애 기억들이 안 좋은 예로 버젓이 남아, 이번 연애에서 반복될까 노심초사한다. 실체가 없는 과거와의 싸움에 분명한 패자는 현재의 나... 지나온 시간을 자학하고 현재의 마음에도 생채기를 내는 바보 같은 짓을 그만하고 싶다. 


 이제는 역사보다는 미래를 사랑하고 싶다. 우리의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가을이 오면 손을 잡고 단풍길을 걷자고, 크리스마스에는 함께 캐럴을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나눠 마시는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2020년을 같이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손 마주 잡고 보낼 수 있을까, 내년에 우리는 어디서 살까 같은. 행복한 미래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고 싶다. 


나와 지난 시간들이 역사가 되어, 서로를 만나 이렇게나 많이 성장했다고.

함께 만든 역사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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