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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Dec 19. 2020

유열의 음악 앨범(Tune in for Love)

유열의 음악 앨범(Tune in for Love) 2019



"이건 뭔가 잘못됐어!!!"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이건 뭔가 잘 못되었다고.


영화를 보면서 기대를 하면 안 되는데, 기대를 해버린 내 탓? 응. 내 탓.

영화 러닝타임 내내 불행을 기대했다. 그래서, 남주는 언제 죽지? 그래서, 언니가 죽나? 아니면 사장님이랑 결혼을 하는 건가? 슬퍼야 할 것 같은데 왜 안 슬프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90년대가 떠오르고 실패했던 첫사랑이 가슴 한편을 쿡 찌르는 감정을 기대했던 나로선 김 빠진 첫사랑 스토리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해서인지 중간중간 편집을 해서 들어낸 신들이 티가 났고. 남주의 사고 후 이야기, 친구 가족들에게 참회하는 모습이라든지, 여주가 언니가 보기 싫어진 시점이나 다시 언니와 마주하게 된 감정 같은 것들. 어쩐지 석연찮은 부분 많은 영화, 그러니까 설명되지 않은 장면이 너무 많이 등장하니까 내가 이해를 못 한 건가 놓친 건가 하는 의문으로 1시간 30분을 보내버렸다. 


마지막 30분은 꽤나 좋았는데, 정해인이 김고은을 잡으려 뛰고 또 뛰는 장면, 그리고 김고은이 다시 정해인을 만나기 위해 뛰고 또 뛰는 장면. 초라하고 가난한 첫사랑을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 해지고 끝나버린 첫사랑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 천리안, 네이트온 같은 포인트로 추억을 소환하려 해 봄이 느껴졌으나 작위적으로 보이기만 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김고은의 그 언니로 등장하는 배우님이 다 했다..라고 표현해볼까.


첫사랑 영화 몇 가지를 비교해보자면, 제일 좋아하는 건축학개론은 큰 슬픔이 없는 영화임에도 슬프다. 이제훈의 가족사나 서사가 시간상 많이 나오지 않지만 엄마의 식당을 창피해하는 장면, 게스 짝퉁 티셔츠를 벗어던지는 장면, 그리고 그 티셔츠를 여전히 엄마가 입고 있는 장면 같은 것들은 한 가지의 소품만으로도 시절의 향수를, 그리고 가난을, 그때의 철부지 같았던 마음을 시각적으로 노출해준다. 수지가 이어폰을 꽂으면 흘러나오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정말이지 아직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막 이상하다- 누가 아프고 죽은 것도 아니고, 잘생긴 데다 돈까지 많은 선배가 첫사랑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만 보고도 나쁜 년이라 욕하며 첫사랑을 끝낸 기억까지도 모두 다 우리의 첫사랑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 (나만의) 명작 중 명작이다.


'너의 결혼식'이란 영화가 그나마 결이 비슷할까? 극 중 박보영은 술만 먹으면 온 집안을 때려 부시는 아버지를 두고 도망치듯 이사를 다니며, 김영광과는 어긋나고 어긋나는데, 성인이 되어 둘은 결국 연애를 하게 된다.(여기까진  서사가 조금 비슷하긴 하다) 성인이 된 이후로 그들의 연애는 예쁘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한데 치열하게 싸우고 질리고 질려 헤어짐에 다다르는 끝은 첫사랑의 풋풋함과 싱그러움과 완전히 다른 결로 방향이 나아가 의외로 생각할 거리까지 던지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에 비해 '유열의 음악 앨범' 극 중 현민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리기만 한 느낌이라 둘의 연애가 어른이 되어서의 연애가 아니라, 진작에 연애를 좀 하지, 싶은 마음이 컸달까. 조마조마해서 편하게 둘의 연애를 볼 수 없었다는...


유열의 음악 앨범은 어쨌거나 너무 첫사랑, 시대적인 추억 소환 영화로 기대하고 보기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 가난한 첫사랑, 초라한 남자, 포커스를 바꿔 다시 한번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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