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호피폴라

우아한 폐업

by 도연



카페 : 호피폴라


우리는 사무실 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이 작은 개인 카페를 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것이라 했다.
- 그게 정말 니 꿈이라면 사무실을 카페로 만들자.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자!



E가 치앙마이에 6개월간 살면서 지겹도록 치앙마이 찬가를 불러댔다. "치앙마이는 정말, 사랑이에요. 단언컨대 천국이에요." 그 말에 이끌려 J도 나도 얼마 전 치앙마이를 다녀왔다. 치앙마이는 카페의 천국이기도 하다. 거리 곳곳 저마다의 콘셉트를 가진 카페가 즐비했다. 라테 세계챔피언이 있는 카페, 핸드드립만으로 운영되는 카페, 편집 샵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 핑크로 도배된 카페,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호피 폴라는 치앙마이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행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카페를 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내가 카페를 한다면, 이런 콘셉트가 좋겠어. 내가 카페를 한다면 이런 메뉴를 만들겠어.'라며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페는,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하나의 트레이에 손님의 이름을 적어 커피를 대접하는 ‘Roxpresso’라는 카페인데, 우선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래서 호피폴라도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지 않고 수동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카페를 하기로 결정했다. 호피 폴라는 느리지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러운 커피 한상을 대접하는 콘셉트이다.





카페의 이름은 아이슬란드어로 '감사'라는 의미를 담은 시규어 로스의 Takk 앨범의 hoppipolla란 곡명으로 정했다. 시규어 로스란 밴드를 좋아해 아이슬란드까지 다녀온 나는, 카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카페를 오픈하려면 첫 번째로 커피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에스프레소, 카페라테, 카푸치노, 프라프... 뭐? 아무튼, ‘나 요즘 카페를 준비하고 있어.’라고 하면 대부분의 반응. ‘뭐? 커피 할 줄 알아?’ 다. 워낙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고,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 지인들은 정확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얼마 전까지 통영에서 1년 반 동안 게스트 하우스 겸 카페인 잊음을 운영했고, 통영으로 '자발적 유배'를 떠나기 위해 역삼동 위치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이론, 실습, 기기 관리, 수리, 청소 방법을 배우고 매장에 매일 출근해 점심시간, 식당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의 티타임에 열심히 커피를 뽑아냈다. 커피 메뉴뿐 아니라, 생과일, 셰이크, 디저트, 베이커리 류 까지 다양하게 배웠고 그 경험으로 잊음을 운영하는 동안 조식이나 커피는 자신이 있었다. 엄마는 내가 통영에 머물렀던 시간들이, 시골에 처박혀 보내버린 나의 젊음이 너무 아깝다고 했지만, 나에게 그때의 경험은 정말 중요했다. '나중에 내가 카페를 한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 나중은 현실이 되었다. 디자인을 때려치우겠다고 하드를 모두 포맷하고 도망치듯 내려간 통영이었다. 디자인을 포기하겠다고 강의, 레슨, 카페, 여행, 사업.... 어떻게든 다른 길로 빠져보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했는데. 그 경험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오다니.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할 일이다.





노모드와 호피 폴라의 정의를 내리자면, 노모드 디자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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