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쓰리잡..양다리는 아무나 걸치나요?

NOMODE design studio

by 도연




투잡, 쓰리잡... 양다리는 아무나 걸치나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한가지 일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카페 오픈을 준비하면서 책 출간을 준비하고, 강의를 하면서 노모드 디자인을 동시에 꾸려가는 일이 그렇게 이상적인 시간만은 아니었다. 지난 6월은 카페오픈을 준비하느라 밤낮이 없는 노동을 하는 동시에 강남과 신촌 학원에서 드로잉 강의를 나갔다. 하루종일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새로 시작하는 나의 호피폴라에 애정을 더 쏟아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 9월 부터는 강의를 그만두기로 했다. 같은 시기에 출판사 계약이 이루어졌고 출간도 준비하게 되었다. 호피폴라도, 첫번째 책도 나에겐 너무 중요한 일들이었으므로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밤낮휴일없이 일을 했다. 피곤해도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행복하면 피곤해도 괜찮은건지, 아무튼 호피폴라에 매일 출근해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쓰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걸 다 가진 기분이 들었으니, 이대로 이 평온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소위말해 '돈이 안되는 일'이었고, 수입은 0이었다. 오히려 호피폴라에는 끊임없이 돈이 들었고 그때마다 빚을 내면서 빚을 갚아냈다. 방을 쓱 훑으며 돈이 될만한게 없나 살피고 값어치가 조금이라도 나갈것 같다 싶으면 당장 팔아버렸다. 그야말로 빚에 허덕이던 여름과 가을이 아니었나...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출을 다시 알아봤다. 소상공인 대출이라는 것이 창업 후 6개월 후의 매출에 비례하게 대출이 나오는 일*이라 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여러 차례 방문해 자존심을 깍아내렸더니 결국 대출 승인이 되었다.모든 돈문제를 해결하고 숨통이 트인 후에야 나는 조금 웃을 수 있었다.

겨우 한숨 돌리고 겨울이 왔다. 포토샵 실용서 집필 의뢰가 들어왔다. 2018년에 계획했던 출간의 꿈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두번째 출판사와의 계약이라니 어쩐지 벅찬기분이 들었다. 수입이 0이던 6월부터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시 좋은 흐름이 돌아온 것이다. 프리랜서를 몇 년 하다보니 호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고 미세하지만 경기 변동에도 영향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살기 힘들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면 그만큼 작업의뢰가 없다. 아쉽게도 살기 좋아졌다는 뉴스는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작업의뢰가 적고 수입이 없는 시기가 어느정도 지나고 나면 이러다 굶어죽기 딱 좋겠는데? 란 생각이 들면 차츰차츰 일거리가 들어온다. 이건 하늘의 계시같은 흐름은 아니다. 사실 스스로가 굶어죽겠다 싶은 순간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 내려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닌 흔적이다. 가난한 시간이 지나고 났더니 좋은 흐름을 타고 두번째 출판사와의 계약 후 디자인 외주일마저 끊임없이 들어왔다.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원고체크와 잦은 강남으로의 미팅과 계약서, 기획서를 처리하느라 11월과 12월은 역대급 바빴던 시기다. 정말이지 2018년 초겨울의 나는 공장이었다. 원고, 미팅, 계약서를 찍어내는 공장.

이렇게 내가 바쁘게 일에 몰두하면서 너무 일이 잘풀려가는 것 같았지만 호피폴라에선 치명적인 문제가 생겨났다. 일에 집중하며 작업하는 와중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반갑지가 않은거다. 일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 생도 고용해서 작업을 했지만 작은 공간에 서너명이 앉아 일을 하고 있으니, 손님들 마저도 "여긴 사무실인가요?"라고 물어왔다. 사무실과 카페를 겸업한다는 것의 이면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카페는 지저분해져가고 있고 커피를 따르는 물소리보다 키보드 소리가 더 많이 났다.

누가 디자인 사무실이랑 카페를 같이 하는게 로망이랬어?
현실적으로 디자인 사무실과 카페가 공존하는 것이 공간을 완벽히 분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였다는 생각을 한다. 일을 하는 사람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불편한 공간. 호피폴라가 그렇게 되어가고 잇었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모두 다 잘할 수 있을거라 욕심냈지만 그럴 수 없었고, 그 어느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수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디자인 사무실이랑 카페를 같이 하는게 로망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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