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몽골에서 캠핑할래요?

천천히 걸어도 돼, 괜찮아 몽골이니까!

by 도연



요즘 자꾸 운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져서 눈물이 많아진다는데 마음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겪는 세월만큼 슬픈 일이 많아지는 거다. 그중에 가장 슬픈 건 이별이다. 사랑하던 것들과의 이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두가 다 상처다.


여행 한 달 전, 이별을 했다. 마음을 다한 것이 끝났다는 허무함에, 상실감에, 의욕 상실증이 찾아왔다. 덤덤했다가, 화가 났다가, 슬퍼졌다가, 희망찼다가, 후련했다가를 반복하며 겨우 출근을 하고, 겨우 밥을 먹고, 겨우 잠을 자며 '산다'가 아니라 살아내고 있었다. 그 사이, 9일간 휴일이 있는 민족 대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었고 '어디라도 떠나자' 하는 마음과 함께 스카이 스캐너를 서성거렸다. 어디든 가긴 해야겠고, 딱히 같이 갈 사람은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스카이스캐너로 anywhere 검색을 하다 그나마 최저가로 뜬 항공권을 덥석 결제해버렸다. 그리하여 나에게 한 달 후 떠나 게 될 곳은 몽골, 울란바토르로 예약되었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몽골이 도대체 어딘데? 어떤 곳인데?





그렇다. 지식이 1도 없다. 이제부터 찾아보면 되는 거지! 그때부터 초록창에 검색을 시작했고, 몽골은 내가 얼떨결에 직항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이 제일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엔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미지의 세계였다.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던 모래사막이 있고 만화에서나 보던 등에 혹이 2개인 낙타를 탈 수 있다고 했다. 비가 오거나 달이 너무 밝은 시간만 제외하면 늘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를 볼 수 있고, 1년 내내 녹지 않는 빙하까지 있다는데 심지어 천지가 캠프 사이트!(무료) '여기선 꼭 캠핑을 해야겠다.' 결심하게 되었다.


몽골 여행 카페를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며 알아낸 사실이, 몽골은 가이드 없이는 *거의*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것,


1. 차량 렌트라는 개념이 없고.(차를 한 대 사면 모를까.)

2. 길이 없으며 (정말 길이 없다. 동서남북 방향에 의지해서 가야 함)

3. 강도를 만날 위험이 크다.(여자와 아이는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날 남자로 볼지도 모를 일;;)



그래서 카페에서 동행을 구한다는 글을 차례로 훑어보며 내가 비빌 자리가 남아있나 기웃거려보았다. 하지만, '배낭 하나 들처메고 몽골 사막을 캠핑으로 투어 하고 싶어요!' 하는 스타일의 여행을 반겨주는 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해치지 않아요....)



그리하여 시작된 동행 찾기 프로젝트! 나와 같은 여행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떠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 여행카페에, 블로그에 동행 찾는 글을 올렸고, 모집글이 재미있었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싶어 했다.





저에겐 용기는 없지만 무모함이 있고, 돈은 없지만 비싼 장비가 있고, 여행 노하우는 없지만 사진 잘 찍는 노하우는 있어요. 평생에 기리기리 기억에 남을 인생여행을 만들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해드릴게요.(돈은 니돈으로..) 아래의 문항에 절반 이상 해당된다 하시는 분들은 주저 말고 연락 주세요.



- 나는 자발적 거지의 삶을 꿈꾸고 있다.

- 나는 남자처럼 간 큰 여자다. 혹은 진짜 사나이다.

- 나는 길바닥에서도 잘 자고 잘 먹는 거지근성을 가지고 있다.

- 여행 중 고난을 불만이 아닌 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긍정적 마인드가 풍부하다.

- 나는 목적 없이 걷길 좋아하고 내키는 대로 머물기를 즐겨하는 방랑자 성향을 가졌다.

- 나는 인생에 어쩌면 단 한 번뿐일, 개고생을 한번 해보고 싶다.

- 나는 체력은 저질이나 포기는 쉽게 하지 않는다.

- 난 정말 매력쟁이다.

- 사람들과 트러블이 없는 배려 쟁이다.

- 나는 백패킹 경험이 있거나 혹은 백패킹 장비 보유자(동계 장비)다.

- 추석에 가족들 잔소리가 듣기 싫어 현실도피를 좀 해야겠다.

- 일 년 동안 열심히 모은 돈을 이번 여행으로 탕진해보겠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멤버 5명이 구성되었다.

1명은 캠퍼, 1명은 세계여행을 즐겨 다니는 대기업 사원, 1명은 나와 오랜 블로그 이웃이자, 해외에서 나고자란 친구, 1명은 해외 아동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원생 뭐, 이렇게 구성이 되었다. 다들 해외여행 경험이 많다 보니 몽골에서의 캠핑여행이 색다를 것 같아 지원했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이번 여행,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잊고 있었는데,

아 참, 나 슬펐었지?

공하 하다며, 허무하다며, 너 왜 이렇게 즐거워하냐?





그 사이 멤버도 구했고, 캠핑여행을 도와줄 여행사도 구했고, 비자도 발급받았고, 장비도 새로 세팅을 하고 몽골 캠핑여행을 준비했다. 이제, 떠나자!





몽골 대사관 비자과에서 단수 비자 인당 15000원의 비용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신분증과 흰색 배경으로 찍힌 증명사진을 들고, 방문신청의 경우 2-3일 후 우편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행사는 카페에 올라와있는 여러 곳에 문의하고, 캠핑 일정을 전달하여 금액을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