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도 돼, 몽골이니까!
자발적 유배를 떠났던 통영에서 2년 가까이 머물고, 다시 도시생활을 한지 꼬박 1년이 되었다. 예상했었지만, 마음 단단히 먹었지만 다시 돌아온 서울은 예상보다, 단단히 먹은 마음보다 더 치열하다. 합정역에서 신논현역까지 2호선에서 9호선 급행열차를 갈아타고 출퇴근을 하면 매일 아침, 그리고 퇴근 시간 누군가와 싸우는 기분이다. 사람들은 늘 나를 노려보고, 발을 밟고, 밀치고, 곁눈질로 흘기고, 화를 낸다.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왜 이 좁은공간 안에선 서로를 미워해야 하는건지 매일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 잠시. 좀.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몽골의 인구밀도는 1.9명으로,(총 인구는 295만명) 비교적 넓은 영토에 비해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있으며, 그린란드를 제외하고는 인구밀도가 가장 적은 나라.”
어쩌다 가게 된 몽골이지만, 답은 몽골이었다. 10일간의 연휴. 꼭 일년만의 휴식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잖아. 치열하게 온 마음을 다했잖아. 멀리 떠나 훌훌 털어버리자. 출국 하루 전, 그동안 식사를 자주 걸렀던 탓에 부쩍 수척해진 얼굴을 보고, 내과에 들러 수액도 맞았다. 나름 이번 여행의 ‘대장’의 역할을 해보려 기운을 급하게 차려본다. 인생여행 만들어준다고 큰소리 뻥뻥쳤는데, 기운 없어 배낭도 제대로 못메는 ‘대장’은 좀 아니지 않나? 출국하는 날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빠진 장비들이 없는지 확인 또 확인을 하고 늙은 나의 개와, 동거녀에게 인사하고 집을 떠났다.
어릴적부터 환경탓을 많이 하는 불평이 많은 아이었다. 늘 미간을 찌푸리고 불만에 쌓여 입이 툭 튀어나와있었다. 그런 버릇덕에 나는 아직도 아래를 쳐다보면 미간을 여전히 찌푸리고, 입꼬리가 밉게 내려가있다. 왜 나는 태어남을 선택하지 못했는지, 더 좋은 환경이었더라면 그림을 더 잘그리지 않았을까, 더 예쁜 옷을 입지 않았을까.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불만이 늘 많았음에도 겁이 많은 성격탓에 입밖으로 꺼내질 못했다. 그래서 늘 속병에 시달리고, 열등감이 늘 마음속에 존재했다. 사랑을 할때에도 친구를 사귈때에도 늘 잘난체를 했지만 내심 속으로는 니가 내 진짜 모습을 알고 날 떠나가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할때가 많았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나는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싶었다. 돈이 많고 잘나가는 그런 괜찮은 사람말고, 정말 따뜻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늘 미소를 머금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정말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럴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고, 운동을 해서 땀을 흘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세상이 정해놓은 시간이 아닌, 온전히 내가 쏟아부을 수 있는 내 시간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후로 통영으로 떠나 유배의 시간을 보내며 지난 시간을 곱씹고, 또 앞날에 희망도 걸어보며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살아가는 시간 동안에 다양한 세상을 만나고 싶고, 매번 다른 삶도 살아보고 싶다. 위대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고, 두 발로 다양한 문화 속을 걸어다니고 싶다. 이별, 조금 아파하면 그만이다. 몽골에서 나는 함께 여행하는 이들과, 사막 위 태양빛에 살갗을 태우며 맛있는 밥을 나눠먹고, '나는 오늘 또 행복하다.' 체감 할 것이다.
직항으로 6시간여 하늘을 달려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야외로 한발자국 내딛자 마자 일행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입김은 지금, 몽골은 겨울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8월 말의 한국은 아직 반팔티셔츠에 가벼운 외투를 걸치는 가을인데 몽골은 하얀, 겨울이다. 파란 가을하늘, 딱 놀기좋은 온도를 뿌리치고 추운 나라로 오다니, 왠지 억울한 마음도 든다. 몽골은 지역마다 기후가 많이 다르다. 공항이 있는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9월부터는 겨울이 시작되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여행이 끝나가는 9월 중순쯤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도 했다. 여행이 끝나는 날엔, 억울한 마음보다 미리 겨울을 만난 것이, 로맨틱하다 생각했다. 내일이면 모든 일행이 몽골로 도착한다.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면 사막 캠핑 일정, 시작이다.
몽골에서는 동물의 뼈로 운세를 점친다. 오늘 나의 운세, 왠지 이번 몽골 여행, 아주 행복만이 깃들 것만 같은 좋은 기운이 감돈다.
“Happy for long time, good for you!”
일행 5명이 모두 모이고, 우린 밤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일얘기를 한창 하다가,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 일 얘기만 3시간째야. 과연 우리가 여행이 끝난 후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네"
과연 그들은 사막여행을 한 후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무작정 달려도 넘어지지 않을 이 길이 기대 되는 사막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