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구원이 아니었음을

by 도연

지난 16년간 겪은 실패한 연애담을 만천하에 공개한 덕분에 좋은 점이라면 이젠 내 연애사가 나조차도 재미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이해받고 싶다고 떠들어댈 필요가 없다. 술이 취해도 과거 연애사는 절대로 입밖에 내는 일이 없어졌다. 글을 쓰고, 수없이 퇴고를 하며 얼마나 읽었는지 이젠 신물이 나 꼴도 보기 싫은 지경이니까, 날 사랑하지 않았든 어쨌든! 됐고, 나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


생각해보면 매번 나의 구원이라 생각했던 사랑에게서 보란 듯이 차이며, 구원이 아닌 천벌을 받는 마음으로 이별했다. '이 사랑은 내 인생을 구제해주러 나타난 게 분명하다!'라는 허튼 생각으로 시작한 연애이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남자의 모든 단점마저 '하느님이 다~뜻이 있어 내려준 사람이니,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어쩌면 사람 보는 눈을 좀 기르란 뜻인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깨닫은 사실이지만 단점은 단점일 뿐이다. '하늘의 뜻'따위는 없다.


최근 2년 동안 미묘하게 나는 달라졌다. 내 인생은 구원받을 만큼 불행하지 않다는 걸 확실하게 알아버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사랑이 내 인생을 구원해 줄 필요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닫자 또 언제나처럼 사랑에 의미를 담기 시작했으며, 사랑으로 나를 치유할 것인지 내심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오니까 경계하고 조심하고 망설이는데... 조금씩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또 상처 받게 되더라도 사랑하겠다고. 조금 용기를 더 내보자고 그런다.


우리는 사랑으로 구원을 받을 만큼 혼자인 지금이 지옥이 아니며, 저주를 받은 소녀도 아니다.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받은 사랑을 충분히 베풀 수 있는 어른이다.

그러니 사랑에 구원이란 말 따위 덧붙이며 기대려 말고,


그냥. 사. 랑. 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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