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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Jun 26. 2019

여름 새벽은

어둡지 않아서

이른 깨어남이 덜 외롭다.


아직 밖은 고요한 조심스러움이 가득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바깥공기를

마시기 전이라

산소가 무겁고

차갑다.


하늘색은 15 분 간격으로 옅어지고

깨어버린 잠은

다시 들어갈 꿈을 뒤져본다.


새삼스럽게 깨어 있는 새벽이다.


혹은 반대편 나라의 저녁이다.

혹은 누구네 엄마들이 분주해지는 아침이다.



하루하루를 연습하는 시간이

거듭할수록

잠은

초등학생 계획표의 중요한 8 시간짜리

일과이기보다

의례적인 누웠다 일어남에 가깝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네 시간이든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일수록

많은 기억이 보채는 바람에

밤은

감정 오케스트라의

소리 없는 무대 같다.

뒤척이는 자신을 관객으로 둔.




불면증은

어제도 내가 살았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제도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수십 명을 스쳐 지나가고

직장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책도 읽고.



감정이 있었고

감흥이 있기에

가슴이 뛰기에

나를 스쳐간 사건들의 잔상이

나의 무의식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밤



그 밤의 향연은

그 옛날 부족 사회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대 사회에 거주하는 후손들에게는

깨어있는 밤을 선사한다.


밤의 고요함과 타협해서

내 고유한 잠을 뺏기지 않아야

나에게도 고요한 아침이 오듯

잠을 지킬 줄 아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혹은 공식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거나.


어느 쪽을 선택했든

얼마나 더디고 어려운 밤이었든

날이 밝으면

그 늪에서 나와 있었다.



그러다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어제가 있었는지조차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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