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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Aug 15. 2020

사진은 일부이고,
사람이 전부라고

몇 개의 단어 조합으로 치환되면서

진부 해지는 감정의 섬세함이 

오해를 쌓아가는

쌓여가는 메일 함은 

서로의 부재를 어떻게든 메워보려는

값싼 "의도"로 채워지는 만큼

서로의 연락은

보이지 않는 "짐"으로 

인지되는 중이었다. 



사랑했잖아.

라고 떼쓰기에는 

그 말이 들리는 사람도 없고,

그 말을 하는 사람도 뻘쭘해지는 

그 익숙할 리 없는 적막 속에서



몇 백 장의 사진 속에서

웃는 "우리"를 보며

그때가 영원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계속할 수 있는 "지금"이라는 것을

계속 깨달아야 하는 방식으로

나는 어제 비슷한 글을 분명 썼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을 때조차 나는 

이별을 연습하려고 무지 애를 썼었는데,

그때는 자신 있었던 이별이

지금에는 해당이 안된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 건 아이러니가 아니라

근의 공식에 가까울 뿐이었다. 



사진이 전부라고 말하던데 사람들은,

사람이 전부라는 것을 잘 모르는가 보다. 


저렇게 웃고 있는 둘이가

거짓말 같이 느끼면서 비참해지는 건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건지....

하다가도 막다른 길에서 

돌려보며 실실 웃을 수 있는 

웃음거리가 있다는 것을

어디까지 고마워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그래 조금 일찍 이별했어, 별거야..



내 곁에 지금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사람들 조차

나에게 좋은 말은 해주지 않았다. 


"너네는 헤어질 운명이었어."

"남자는 이미 마음이 떠났어."

"마음 접고, 니 인생 살아."

"사랑은 무슨, "

"그래, 헤어진 걸 어쩔 거야."


나도 아는데..



나도 아는 건데요..



나도 아는데, 저렇게 "사실"에 가까운 말을

막 자기가 알아낸 것처럼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어쩌면

그들이 그들을 사는 방식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말을 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게.


나도 오죽 답답했으면 

저런 반응이 뻔히 보이는데

입을 떼서 이야기를 하겠어..



내 쪽에서 오죽 답답하다는 것이

나와 그 사람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거리에 있지도 않고,

서로의 미래를 대화할 수 있을 만큼

보장할 수 있는 사건도 없으며,

국경은 닫혔고,

EU 국가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에

괜한 시비를 걸다가

전봇대에 이마를 부딪혀서

좀 정신을 차리고 싶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아주 잘 지낼 수 있는 조건은 다 가진 내가

우스워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슬플 수 있는 조건이 

슬플 힘을 낼 만한 상황에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지. 



사랑이 어려운 건

스며들기 때문이고,

그 얼룩을 지우려면 

표백제 같은 게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런 화학 제품은

지독한 냄새를 풍길뿐이었다. 



그리하여 사랑이 

지독한 향이 난다고 착각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의 사랑을 보호해야겠다. 



좋았던 기억으로. 

좋은 기억으로.

좋을 기억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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