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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Aug 19. 2020

뭘 잃었는지 아는 사람이
너한테 사랑한다고 했으면,

너한테 전부 다 준거야.

생각이 많은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을 한 거면

믿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사람은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수천 가지가 있었는데도 

결론을 "사랑한다"라고 낸 거였으니까. 



4년 전.

어김없이 비자가 만료되었고,

더 있을 방법을 미련하게도 마련하지 않아서

헤어진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순간 이후 3년을 그 상처 속에 사느라

마음을 닫고, 그 순간 이후로 누구를 살았는지

기억도 채 안나는 상황에 지내면서

다니던 대학원을 그만두고, 

거의 1년을 방 안에 숨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록과 기억을 끄집어내어서

내린 결론이 다시 떠나는 것이었고 ,

그렇게 덴마크로 갔다. 



내 인지체계에서 나는 내 삶의 모든 이유를 잃었기에

사실 처음부터 마음이 있었어도

온 이유를 이용해 그에게 어떠한 기억도 남기지 않고,

나 또한 어떠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돌아오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10 개월을 참다가

그래도 해야 하는 말이

 I like you. 였고,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라서

I love you를 말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결혼하자고 한 건, 

나한테는 그 말을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서였고,

그가 거절한 건, 그에게 나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가치를

가질 정도로 극적으로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어서인지도 

몰랐다. 



정중히 거절한 그를 그렇게 며칠 더 보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 출국.이라고 적힌 통로를 내 발로 걸어 나가며

나는 나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 순간은 내가 나에게 늘 죄책감을 느끼는

프레임이자 지우지도 못하는 팩트였다. 


난 잘 모르겠다. 



특정 사람이 없다고 여기고 살 때는

모든 게 꿈이었고, 모든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꿈을 꾸는 게 가능했고, 그렇게 적어도 나를 조건화할 수는 있었고,

자기 계발, 동기 부여, 백만장자에 대한 가능성, 

그 "꿈"이라는 게 적어도 우습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같이 일상을 얘기하는 데 내 얘기가 들리는 어떤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와 삶을 공유하고, 나를 보살펴주려 했던

그 사람을 알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나는 꿈을 이룬 것 마냥,

good company, good food, good conversation and good sleep.

이 4가지를 함께 할 수 있던 그 사람과의 기억이 있는 한,

그리고 그것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저항을 매 순간 느껴야 하는 한,

그렇지만 내가 돌아옴으로 인해 깨져버린 그 "자기장"에 대한 미련이 있는 한,

나는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는 그의 살던 삶을 사는 방식으로,

나는 그래도 사는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오차만 커져가는 팩트로 인해

나의 한 때 꿈이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난 이제 잘 모르겠다. 



막상 "사람"이 빠지니까

나는 혼자서는 나를 지탱할 마음이 잘 안 생긴다. 



의존적인 성격이 있다는 거 인정하고,

자립할 능력이 없는 상황인 거 인정하고,

바이러스 때문에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기한 동안

식은 사랑에 대한 보상 청구는 어디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것이 식는다는 것은 그것의 얼마나 뜨거웠음과는 별개로 작용할 때,

존재하는 물리학의 공식이 인간의 그 사랑의 정도를 이겨먹는 

그 잔인한 사실을 삼키며, 

이제는 써서 마시기도 싫은 커피를 두 세잔 씩 마시고,

술을 마시면 더 그리워지는 당신이기에 술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그래도 한 잔을 하면, 실실 웃을 수 있는 순간은 오길래,

여러 가지 rebound들을 적용해봐도, 



Babe, you were the best. for me. to me. 


당신이 날 보내면서 나를 보살피라고 한 게,

다른 사람에게 나를 보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보내준 걸까.

날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에서 놓아주면서,

당신이 보살필 수 있는 공간을 벗어나면서 

우리는 우리가 이제 없다는 걸 알고 한 짓이라도,

이렇게 그리운 건. 나만 그리워해서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이런 글이 뒷북인 거 잘 알겠는데, 

나한테는 이게 전부라서 그래.

이제. 



소중한 걸 잃어본 사람이 너한테 사랑한다고 했을 때는,

너한테 전부를 다 준거야. 


그랬던 사람이 너를 떠나게 해서 미안해.

나도 힘들어. 


어쩌면, 떠날 거였으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떠날 거였으면 그냥 2개월만 더 참고, 적당히 슬퍼하며 헤어져야 했나 보다. 

좋아한다고 하지 말걸 그랬다. 



그랬더라도 나는 같은 자리에서, 8월 19일 13시 57분에 

탐탐에 앉아서 좋아한다고 말할 걸, 사랑한다고 말할 걸이라는 글을 

쓰고 있었겠지. 



하지 않은 것도 후회고 한 것도 후회고, 

하지 않은 것도 연기가 되어 혼자 상상하느라 바쁘고

한 일들도 연기가 되어 혼자 기억해내느라 바쁘다.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는 방식으로

나는 너에 대한 기억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고

너에 대한 상상을 빼도 아무것도 아니다. 



하나 다행인 건, 넌 나처럼 힘들지 않고 있다는 것. 

내가 더 아파서 다행인 방식으로



우리 그냥 헤어지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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