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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Sep 26. 2020

니 네비게이션은
이제 없습니다.

혼자 좀 알아서 길을 지으세요.  힘드시겠지만. 

유일한 닻인 당신이

희미해지고 애매해져가는 

항구에 정박한 나라는 배는 

내린 닻의 행방이 묘연한 방식으로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머릿속은 네 곁에서 정박하고 있는데,

내 물리적 몸은 아주 먼 바다를 

항해중이었다. 



나는 완전히 너의 누구도 아니고,

내 물리적 세상이 잡고 있는 정체성도

유지해낼 수 없는 방식으로

숨이 막혀가고 있었다.



마스크 때문인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나는 꽤 힘들게 시간의 유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증발한 존재적 이유와 무관하게

어떠한 실존적 개체로

어떠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버젓이 살아 있는 듯 보였다. 



그 증거여야 하는

당신이 눈이 바라보지 않는 방식으로

나는 그래서 연기로 존재하는 바람에

내가 감당해낼 수 없는 감정이 타는 연기에

질식하려하는 지도 몰랐다. 



시야도 좁아지기를 선택하고

맥박의 그 어느 레벨에서도 

나는 쉽게 숨을 쉴 수 없는 방식으로

기억이 잡고있는 그 사람도 진실에서 멀어지고,

문자가 이어가고 있는 그 사람도 글로 구성될 뿐이고,

그리하여 만질 수 없는 우리의 세상이 서글퍼

몸의 세포가 나를 공격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기억이

이 생명을 시들게 하는 것인가. 



왜 우리는 아닌가. 

그럴거면 왜 우리로 존재했는가. 



현실이 수수깨끼가 될 수록

현실은 더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생고기를 구우면 생고기가 아닌 방식으로,

얼음이 녹으면 물이어야 하는 방식으로

멀어졌으니 멀어진대로 살라고 놓아줘도

이 사람은 기억의 수갑을 차고 키를 쥐고도

열지 않는다. 



왜그러는데.



아무도 널 잡지 않겠다는데.



살기 위해 읽어야 하는 정보가 너무 많고,

너를 잊지 않기 위해 무시해야 하는 정보도 너무 많은 방식으로

당신은 잘 지내고 있었다. 


아마 나는 당신에 대한 무조건 적으로 

투영한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빌미로

게을러질 궁리를 하는지도 몰랐다. 



사실은 꼭 사실이 아니다. 



난 왜 당신의 사람이 

단지 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아니어야 하는지 

납득을 해야하는데 

아직까지 나는 그 사실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게 운명이라면 나는 내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네 곁으로 가야하는 것인지

이대로 시름시름 앓다가 나와 작별을 해야 하는지

왔다 갔다 하는 의식의 기분을 좇다가

잠이 든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이. 렇. 게.



울다.


잠.



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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