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좀 알아서 길을 지으세요. 힘드시겠지만.
유일한 닻인 당신이
희미해지고 애매해져가는
항구에 정박한 나라는 배는
내린 닻의 행방이 묘연한 방식으로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머릿속은 네 곁에서 정박하고 있는데,
내 물리적 몸은 아주 먼 바다를
항해중이었다.
나는 완전히 너의 누구도 아니고,
내 물리적 세상이 잡고 있는 정체성도
유지해낼 수 없는 방식으로
숨이 막혀가고 있었다.
마스크 때문인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나는 꽤 힘들게 시간의 유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증발한 존재적 이유와 무관하게
어떠한 실존적 개체로
어떠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버젓이 살아 있는 듯 보였다.
그 증거여야 하는
당신이 눈이 바라보지 않는 방식으로
나는 그래서 연기로 존재하는 바람에
내가 감당해낼 수 없는 감정이 타는 연기에
질식하려하는 지도 몰랐다.
시야도 좁아지기를 선택하고
맥박의 그 어느 레벨에서도
나는 쉽게 숨을 쉴 수 없는 방식으로
기억이 잡고있는 그 사람도 진실에서 멀어지고,
문자가 이어가고 있는 그 사람도 글로 구성될 뿐이고,
그리하여 만질 수 없는 우리의 세상이 서글퍼
몸의 세포가 나를 공격한다.
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기억이
이 생명을 시들게 하는 것인가.
왜 우리는 아닌가.
그럴거면 왜 우리로 존재했는가.
현실이 수수깨끼가 될 수록
현실은 더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생고기를 구우면 생고기가 아닌 방식으로,
얼음이 녹으면 물이어야 하는 방식으로
멀어졌으니 멀어진대로 살라고 놓아줘도
이 사람은 기억의 수갑을 차고 키를 쥐고도
열지 않는다.
왜그러는데.
아무도 널 잡지 않겠다는데.
살기 위해 읽어야 하는 정보가 너무 많고,
너를 잊지 않기 위해 무시해야 하는 정보도 너무 많은 방식으로
당신은 잘 지내고 있었다.
아마 나는 당신에 대한 무조건 적으로
투영한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빌미로
게을러질 궁리를 하는지도 몰랐다.
사실은 꼭 사실이 아니다.
난 왜 당신의 사람이
단지 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아니어야 하는지
납득을 해야하는데
아직까지 나는 그 사실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게 운명이라면 나는 내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네 곁으로 가야하는 것인지
이대로 시름시름 앓다가 나와 작별을 해야 하는지
왔다 갔다 하는 의식의 기분을 좇다가
잠이 든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이. 렇. 게.
울다.
잠.
이
든.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