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낙엽이 타인의 시선을 먼저 빼았겠죠...
웬만하면 안 할 건데
하게 되는 것들이
결과적으로 이 사람을
더 뻔하게 정의했다.
현실, 의식, 사랑의
그 참다운 경계를 찾기 위해
혼자서나 피눈물 나는 정의를
20번의 여름이 지나도록
갈고닦다가,
그 정의보다
연장할 수 있는 비자 한 장이
그 잘난 현실, 의식, 사랑의
일반적이고 아주 보편적인 정의의
일반 전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100여 권의
일기장을 태우기에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멈추지 않은 눈물의 바다에
보이지도 않게 젖은 채
흐느끼며 울다 마주치는
타인의 눈에서 일말의
동정이 없다는 걸 알고 나서야
31 년 동안의
삶은 쇼였다는 걸 알고는 한다.
들지 않는 잠을 자기 위해 오후 6 시부터
누워서는 들었다 놨다 하는 잠을
새벽녘으로 끌고 가면
그날 잠은 성공한 듯 보이나
피곤에 절은 새벽 6 시부터의
워킹 데드는 일없이
하루 종-일 내가 살던 세상이
꽤 거짓이었던 방식으로
단 하루를 건너뛰고 살 수는
없었다는 그 경건한
대전제를 두고
제아무리
우리의 헤어짐을
납득하려 해 보지만
그게 잘 안된다는 결론이 날 때 즈음이면
오후 한 시에 도달하고는 한다.
이런데도 살아야 하냐고
물은 답을 들을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잘 잤냐는 물음에
잘 잘다고 답장을 해주고는
그곳에서의 24 시간을 지내는
그 답장 하나에
씩 웃고 나서는
끝없는 황량한 오후를
그저 그렇게
오지 않으려는 답장을 기다리다
잠드는 척 잘 자겠다는 말을 남기고
6 시의 동면에 들어가고는 했다.
고등학교 친구의 청첩장을 받았다.
산산 조각난 사랑에 대한 믿음의
옅은 언저리에서 나는
그 잘난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그 날의 주인공을 축하할 줄
아는 것이라고 세뇌이며
잃어버린 당신과의 기억을 찾으러
어제 당신과의 기억을 떨어뜨린
바다 한가운데에 배를 타고 가서는
그 바다 밑을 뒤져봐야겠다.
진정 사랑하면 놓아주라는 말도 거짓이고,
정말 사랑하면 잡고 있어라는 말도 믿지 않는 방식으로 내 영혼이 빼앗긴 현재를 산다는 것의
가차 없는 가치 없음은 같이 없음으로 수렴하는 듯 보인다.
잠이 들기에는 너무 이르고
잠이 깨기에는 당신의 기억이 간절한 방식으로
나는 버젓이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하는 생명 활동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이 파트가 가장 싫다.
살든 안 살든 나는 살고 있고,
당신의 하루는 내가 있던 적 없이도
잘 흘러간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