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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Oct 05. 2020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나를 버렸더니

나는 버릴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적잖이 무거운 서른 하나였다.

엄마 아빠에 의해서나 어쩌면 존재한다는

그 왜인지 납득할 수 없는

정체성에 대한 갈증으로

물을 먹는 대신

내 청춘에게 물을 먹인 것만 같은

요즈음이다.



서른. 나름 내렸던 결론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고

거짓말처럼 나타난 타국에서의

그 사람이, 그 사람과의

연결이 나를 독립적으로 만드는

출발선이라는 생각에

대뜸 결혼하자고 했던 나는

그 거절을 시점으로

나의 시점과

평행할 수 없는 모든 타인의

시점의 간극으로 인해

헤어짐의 진부함보다

헤어짐을 조장한 만남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살기가 싫어졌다.



애착하는 타인이

부재한 채 인지해야 하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려고

산 송장처럼 12시간을 누워 있어도

피곤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해 뜰 때 해를 만나기 위해

눕혔던 머리를 들어 올린다.



아침 해가 적나라하게

아파트 단지를 비춰도

이 개체가 인지하는 상실감을

상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순간적으로

좋은 척이라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슬퍼할 시간이

잠이 들 때까지 10시간은 남았다는

사실에

시간이 정말 무한하다는 것과

상대가 존재하는 시간만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또 그리워지기 시작하면

꼭 눈물로 제1막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었다.



카페인 때문에 손이 떨리는 것과

무관하게 카페인을 꾸역꾸역

마시는 방식으로

한껏 상기된 기분이

다운되기 시작하는 순간

그 날의 악몽이 시작되고는 했다.



이제 와서

어디에 취업을 하면

내 파란만장한 20대가

돋보일 것인가.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나는 월요일 늦은 오전

멀뚱멀뚱 하얀 마스크를 쓰고

길가를 어슬렁거리며

그리움에 갇혀 있는

움직이는 개체인 것이다.


누가 상관이나 하지 않는데

혼자 괜한 박탈감에 빠진다.


아무도 나를 소외시킬 생각이 없는데

혼자 외롭다고 속으로 발버둥을 친다.



사람이 아주 많은 곳에서

혼자 몰래 그들 사이에 낀 척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그 일상적인 불평 소리마저

애틋한 월요일.



백화점 어느 구석에서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 보면

밤이 반드시 오겠지.



빨리 잠들고 싶다.



그 사실의 유일한 함정은

또 적잖이 짜증을 품은 채

덜 깬 잠을 안고

어둑어둑 밝아지는

아침에는 깨야한다는 것이었다.



뭐라도 해야지.

그리하여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간으로 세금을 내려면..



글이 쉽다.

깨어있는 시간을 쪼개서

어떻게든 존재하는 게

어려우면 어려운 방식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사실에

적잖이

허탈한


사람입니다.




비켜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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