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자기였던 사람님.
나 당신을 잊고 살아야 한다면,
나 당신을 다시 볼 수 없어.
당신을 매일 보지 못하는 것,
당신과 매일 사랑을 속삭일 수 없는 게
죽음을 택하고 싶을 정도로 외롭고
말이 안되는 세상을 살고 있는 나인데,
당신을 뭐, 훗날에 하루 볼 수 있다는 그런
당신의 인생에 하루의 가치 정도로 내가
그런 존재가 이미 되었다면,
제발, 나보고 그만하자고 말을 해주겠어?
난 감히 당신의 아무것도 였던 적 없는
그냥 지나가는 낯선 인간 정도로 치부되었던
시점으로 돌아가서는 당신을 완전히 피해서
살기를 선택했기를 바랄 정도로
우리의 이별이 너무 상처인 나인데.
당신이 기억이 안나서 화가나.
당신을 기억하려면
내가 도저히 못 살 것 같은 것도 화가 나고,
당신이 답하지 않는 시간 동안
마음 졸이는 나도 화가 나고,
사
랑.
사랑의 개념은 언제나 숭고하다.
인간의 이익과, 일련의 현실이
개입하면서 사랑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현실을 기대하는 것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내가 죽었고,
내가 죽으려니
기억도 함께 침전했다.
스스로 상처를 받은 자의 감옥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장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듯
장황하게 걸어들어간 그 순간의
영웅심과 무관하게
날이 갈 수록
내 입에서 나오는 어떠한 숭고한 사랑의 언어도
기냥 헛소리에 불과하게
여겨지는 날들이
10 월의 마지막 날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기억을 누가 좀 사줬으면 하지만,
빼앗기기 싫은 기억이기도 하기에
차마 내어놓지 못하지만,
다 내어놓아도 내가 소유하려는 모습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존재시킬 수 없는
이 외로운 외침이
내가 사랑한 당신에게만큼은 들리지 않는
이 밤 길에
나는 차디찬 바닷가로 발걸음을 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집으로 가서 장판을 켜고는
추운 날 집이 있는 인간이 할 만한 일들을
하고 새벽 녘에 잠이 들었으렸다.
자기.
내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
이렇게 붙잡고 있는 기억을
놓지 못해줘서 미안해.
자꾸 연락해서 미안하고,
자꾸 전화하자고 해서 더 미안하고,
널 만나서 더욱 더 미안하고,
말 뿐이라서 더 아픈 나인데,
진짜 너의 행복을 바라면
놔줘야하는데,
진짜 안되겠으니까.
니가 제발 제대로 씹어줘라.
니가 제발 제대로 나한테
그만 좀 하라고 말해줘라.
좋게 헤어질 수 없는 내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어른답게 널 놓고 살 수 없기에
나는 이별의 열쇠까지 너에게 쥐어줘야 하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좋다고 말하면
이제는 나도 좋다는 말 대신
잘자라고 하는
당신을
그래도 당신의 그
애매한 거짓말에서도
진실의 향기를 맡으려
애쓰다
오늘도 잘 잘게.
덕분에 안 추운 인생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