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tic Eagle Oct 28. 2020

추억을 경매합니다.

자기야,

자기였던 사람님.


나 당신을 잊고 살아야 한다면,

나 당신을 다시 볼 수 없어.


당신을 매일 보지 못하는 것,

당신과 매일 사랑을 속삭일 수 없는 게

죽음을 택하고 싶을 정도로 외롭고

말이 안되는 세상을 살고 있는 나인데, 




당신을 뭐, 훗날에 하루 볼 수 있다는 그런

당신의 인생에 하루의 가치 정도로 내가

그런 존재가 이미 되었다면, 


제발, 나보고 그만하자고 말을 해주겠어?



난 감히 당신의 아무것도 였던 적 없는

그냥 지나가는 낯선 인간 정도로 치부되었던

시점으로 돌아가서는 당신을 완전히 피해서 

살기를 선택했기를 바랄 정도로 

우리의 이별이 너무 상처인 나인데. 



당신이 기억이 안나서 화가나.

당신을 기억하려면 

내가 도저히 못 살 것 같은 것도 화가 나고,

당신이 답하지 않는 시간 동안

마음 졸이는 나도 화가 나고,



랑.



사랑의 개념은 언제나 숭고하다.

인간의 이익과, 일련의 현실이 

개입하면서 사랑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현실을 기대하는 것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내가 죽었고,

내가 죽으려니

기억도 함께 침전했다. 



스스로 상처를 받은 자의 감옥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장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듯

장황하게 걸어들어간 그 순간의

영웅심과 무관하게

날이 갈 수록 

내 입에서 나오는 어떠한 숭고한 사랑의 언어도

기냥 헛소리에 불과하게 

여겨지는 날들이

10 월의 마지막 날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기억을 누가 좀 사줬으면 하지만,

빼앗기기 싫은 기억이기도 하기에

차마 내어놓지 못하지만,

다 내어놓아도 내가 소유하려는 모습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존재시킬 수 없는 

이 외로운 외침이

내가 사랑한 당신에게만큼은 들리지 않는

이 밤 길에



나는 차디찬 바닷가로 발걸음을 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집으로 가서 장판을 켜고는 

추운 날 집이 있는 인간이 할 만한 일들을 

하고 새벽 녘에 잠이 들었으렸다. 



자기.


내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

이렇게 붙잡고 있는 기억을

놓지 못해줘서 미안해.



자꾸 연락해서 미안하고,

자꾸 전화하자고 해서 더 미안하고,

널 만나서 더욱 더 미안하고,

말 뿐이라서 더 아픈 나인데,



진짜 너의 행복을 바라면

놔줘야하는데,



진짜 안되겠으니까.

니가 제발 제대로 씹어줘라. 


니가 제발 제대로 나한테

그만 좀 하라고 말해줘라. 



좋게 헤어질 수 없는 내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어른답게 널 놓고 살 수 없기에 

나는 이별의 열쇠까지 너에게 쥐어줘야 하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좋다고 말하면

이제는 나도 좋다는 말 대신

잘자라고 하는

당신을 

그래도 당신의 그

애매한 거짓말에서도

진실의 향기를 맡으려 

애쓰다



오늘도 잘 잘게.

덕분에 안 추운 인생이었다고. 


작가의 이전글 오늘까지만 답장해주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